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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집트 미투 영상 논란···"스토킹" "커피 청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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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시내서 남성이 스토킹" 페이스북으로 공개

"커피 청했을 뿐" 반발… 성희롱 인식 차이 드러내

중앙일보

이집트 여성 메나 구르반(왼쪽)이 자신을 성희롱한 남성이라며 휴대폰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공개한 동영상(오른쪽)이 이집트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구르반 페이스북]


한 이집트 여성이 버스 정류장에서 자신을 스토킹하고 부적절하게 추근댄 남성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이 논란을 낳고 있다. 이집트 사회 성차별에 경종을 울리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라는 옹호가 있는가 하면, 남성의 추파를 과잉 적대시해 그를 소셜미디어에서 ‘조리돌림’시켰다는 반론도 거세다.

22일 AP통신에 따르면 메나 구르반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문제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건 지난 15일. 여성이 휴대폰으로 찍은 25초 분량의 영상에선 카이로 시내 길거리에서 한 남성이 “커피 한잔 하자”면서 인근 편의점 커피숖으로 가자고 말한다. 여성이 청을 거절하자 남성은 정중하게 사과하고 사라진다.

구르반은 별도 셀프 영상을 통해 이 남성이 집요하게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폭로했다. 자신이 버스 정류장에 있는 동안 자가용에 탄 남성이 세 번이나 자기 주위를 맴돌았고 ‘불편한 말’들을 건넸다는 것이다. 인근 수퍼마켓으로 피했는데도 남자가 계속 따라붙었다고 한다. 참다 못한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기 시작하자 남자는 영상 속과 같은 태도를 보이고 떠났다는 주장이다.

중앙일보

이집트 여성 메나 구르반이 자신을 성희롱한 남성이라며 휴대폰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공개한 동영상의 한 장면. [구르반 페이스북]


동영상이 논란이 되면서 남자의 신상도 털렸다. 마무드 솔리만이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억울하다”면서 자신이 여성을 스토킹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구르반이 커피 제안을 거절했을 때 자신은 조용히 물러났다고 항변했다.

구르반의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선 이 사건을 두고 수천개의 댓글이 붙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녀를 “용감하다”고 추켜세우는 글도 많지만 일각에선 “남자가 정중하게 행동했는데도 그를 성희롱범으로 몰아세운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특히 구르반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노출이 심한 의상 차림의 사진을 올린 걸 문제삼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해 비정부기구 '유엔 여성과 프루문도'가 이집트 남성 1380명과 여성 1402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 74%와 여성 84%가 “도발적 옷차림을 한 여성은 희롱당해 마땅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슬람이 주된 종교인 이집트는 성희롱 등 성폭력에 관한 인식이 낮은 국가로 평가된다. 지난해 톰슨로이터재단 연구에 따르면 카이로는 세계에서 여성 안전에 취약한 가장 취약한 메가시티로 분석됐다. 프루문도 조사에서도 이집트 여성 60%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고 남성 65%도 여성을 희롱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남성은 그것을 성희롱이라기보다 '추파'로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듯 지난해 11월 “이집트에 성희롱이 있고 우려할 만한 숫자”라고 하면서도 “그렇다고 최악까진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집트에선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축출 시위 땐 '민주화 성지'로 불리는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경찰과 폭도들이 시위 참여 여성 및 여기자들을 성추행·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나 세계적 이슈가 됐다. 2014년 이집트 정부가 성희롱 등 성범죄에 대해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하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길거리 희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프루문도 조사에서도 43%의 남성은 '여성은 남성의 희롱을 관심으로 여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성은 20%만 그렇다고 대답해 성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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