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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세일전자 화재’ 엄마와 마지막 통화에서 “살려달라” 말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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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1일 오후 3시43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전자 제품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기가 치솟는 창으로 생존자가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이 불로 현재까지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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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서 못 나가 엄마…살려줘 죽을 것 같아”


21일 오후 4시께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당시 공장에서 근무하던 딸 A(34)씨의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친정집에서 자고 출근했던 딸은 힘들게 말을 이어나갔다.

A씨 어머니는 딸과의 통화가 끊기자마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가 어디 갇혔다고 전화가 왔어”

A씨 아버지는 그때까지만 해도 딸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와 통화를 마친 후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A씨 아버지는 이날 연합뉴스에 “갇혔다고 하기에 순간 엘리베이터가 아닌가 생각하고 조금만 기다려보자 했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며 “당장 공장으로 가라 해서 현장 도착하니 그때에야 상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부모는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유족들은 병원 장례용품 사무실 앞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앉아 오열했다.

A씨 아버지는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망연자실하면서도 “사고라는 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직원 가족들한테만큼은 연락해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으니 와 달라는 안내는 해야 사람의 도리”라며 회사 측의 무성의에 울분을 토했다.

중앙일보

21일 밤 화재가 난 인천 남동구 한 전자제품 제조공장 모습. 현재 9명이 사망한 이 날 화재는 오후 3시 43분께 건물 4층에서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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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오후 3시 43분쯤 전자제품 제조회사인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발생한 불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불길 때문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탓에 사망자 9명 중 7명의 시신은 불이 난 4층에서 발견됐다. 5명은 전산실에서, 2명은 식당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직원 5명은 계속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를 참지 못하고 4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이중 A씨 등 2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은 불이 공장의 맨 꼭대기 층인 4층 조리실 입구 천장 부분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장에서 떨어진 불똥이 밑에 있던 제품 박스에 옮겨붙으면서 삽시간에 퍼져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어떤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인명피해가 컸던 것 같다”며 “정확한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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