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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성태 ‘들판론’ 김병준 ‘황희 리더십’…한국당 연찬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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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

김성태 “우리는 야당” “한놈만 팬다” 들개 정신 강조

김병준 “인적청산 나중에” 친박계 반발

외부인사 “친박·비박 관심없다” “꼰대정치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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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놈만 팬다” “끝장보자”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처럼 ‘한놈만 패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정확한 ‘조준사격’이라면 더 좋겠지만 ‘무차별 난사’도 나쁘지 않다.” “카운터 펀치 한 방이 아니더라도, 가랑비에 옷 젖듯 상대는 의외로 ‘잽’에 무너질 수 있다.”



얼핏 ‘전투 교범’ 같지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대응전략 마련을 주제로 쓴 글 ‘우리는 야당이다’에 나오는 문구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경기도 과천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연찬회 겸 대토론회에서 60여쪽의 소책자를 배포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국회만큼 야당이 싸우기 좋은 공간은 없다”로 시작한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연단에 올라 “집중해서 한 놈만 패자는 <주유소습격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직접 입에 올렸다. 의원들이 앉은 자리 곳곳에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동네 조폭, 들개, 건달이 되자는 것은 아니지만, 끝장을 볼 수 있는 야당의 무서움으로 정기국회를 맞이하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면, 나를 미워하던 대중도 친밀해져 있는데 이것이 미운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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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김성태의 ‘들판론’

김 원내대표가 자신의 별명으로 평소 자랑스럽게 여기는 ‘들개’ 때문일까. 이날 특강에 나선 김 원내대표는 ‘들판론’을 폈다. “들판에 내쫓겼으면 들판에 맞는 생존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과거 집권당으로서 안락함과 타성에 젖어 있다.” “황량한 들판에선 밥숟가락을 넣어줄 사람이 없다. 혹시라도 누가 숟가락을 입에 넣어줄 것이라는 환상과 기대는 깨끗이 버려라.” “들판으로 쫓겨난 야당이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동력은 첫째도 둘째도 대중의 힘이다.”

김 원내대표의 화법은 비유법을 쓰는데도 ‘직설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는 야당이다’에서 소개한 ‘정치적-전략적 행동수칙’ 편에서 이와 같은 화법을 쓰는 ‘전략적’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말하고, 단순하게 행동해야 한다. 대중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는 수준에서 대중이 알아듣는 주파수를 통해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에서 안희정이 실패한 이유는 ‘20세기 철학’ ‘통섭’같은 대중의 주파수에서 벗어난 용어 선택 때문이다.” (31쪽)



김병준 위원장, “네 말도, 내 말도 옳다”

한편 이날 저녁 당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당 내 의원들의 지적을 경청하거나 부드럽게 반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하이라이트’였던 토론회의 격돌 주제는 자유한국당의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인적 청산’ 문제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의 가치 재정립이 먼저, 인적 청산은 그 뒤에 의논할 문제”라는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최근 ‘복당설’이 돌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 등을 거론하며 이전 지도부 책임을 묻는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김진태 의원이 “당의 가치가 아닌 리더십의 문제”라며 이전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자, 김 비대위원장은 “한편으로는 리더십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 정당 전체가 순간적 사건이나 잘못에 쉽게 무너지는 구도가 돼 있다. 당의 체질이 단단하지 못한 것인데, 대한민국 모든 정당의 문제”라고 받아넘겼다. 박완수 의원이 “과거 비대위를 했어도, 지도자가 바뀌면 아무 소용이 없더라”며 또다시 홍 전 대표를 겨냥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여기서 반대할 분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먼저 호응한 뒤, “잘못된 지도자가 나온 경우에도 그 지도자가 나온 환경과 배경이 또 있다”고 말했다.

정용기 의원이 “당 위기의 원인은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리더십이다. 대법관 버전이냐, 구중궁궐 버전이냐, 검사 버전이냐, 교수님 버전이냐 차이만 있을 뿐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같이 갈 수 없고 시스템으로 걸러내겠다는 것”이라고 홍준표 전 대표 체제와 김 비대위원장 체제를 싸잡아 비판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가장 먼저 “제 생각과 똑같다”고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 이어 조심스럽게 “저는 다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덧붙이는 것으로 ‘반박’했다. 이날 연찬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불통이라는 평을 들었던 홍준표 전 대표와는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만, 뚜렷한 색깔이나 방향을 읽을 수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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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외부 ‘쓴소리’

이날 연찬회 특강에 나선 외부 인사들은 과감히 ‘쓴 소리’를 쏟아냈다.

“경제 문제가 심각한데, 국민들은 제1야당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문재인 정부가 어려워지면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오판해선 안 된다. 지방선거 못지않은 궤멸이 올 것” “20, 30대 지지율이 4.5%다. 젊은이들은 이 정당을 버렸다. 정당으로 안 본다.” “답답한 꼰대 정치를 벗어나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기성세대들도 안 돌아온다.” (박상병 교수)
“자유한국당 특강을 간다고 했더니 큰형님도, 아내도 가지 말라고 했다. 여러분이 미워서가 아니라, 한 일이 없어서다. 소득주도성장을 국민들이 거부하고 폐기하기까지 자유한국당이 뭘 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여러분들은 친박, 비박으로 1년을 보냈지만 나는 매주 칼럼을 쓰면서 한 번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을 잘못 말함)을 안 써봤다. 국민들은 관심 없다.” (전영기 중앙일보 기자)


빽빽한 특강과 토론 일정으로 채워진 연찬회는 밤 9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외부 특강을 제외하고도, 김성태 원내대표의 오전 ‘전략 특강’에 이어 오후엔 김종석 의원의 경제 강의도 있었다. 오후엔 졸음을 이기지 못한 의원들이 속출했다. 저녁에 비대위원회 방향 논의 토론회에 앞서 김병준 위원장의 ‘1대 1 맞춤 강론’이 이어지자, 한 의원은 “오늘 토론회가 토론회인지 특강인지 잘 모르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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