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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우버는 자율주행차 개발의 꿈을 포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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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보행자 사망사고후 분위기 급랭…내년 IPO 앞두고 '폐쇄'에 무게

"미래 비전 결코 포기할 수 없을 것"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지난 2015년 세계 1위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며 미국 최고의 공과대학 가운데 하나인 카네기 멜런의 국립로봇공학센터 소속 석·박사 인력 40명을 전격적으로 채용했다.

당시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무인 자동차 군단이 24시간 내내 효율적이며 안전하게 승객들을 이동시키는 것이 우버의 미래"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하는 공유 앱으로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시장가치 약 51조 원)으로 성장한 우버가 향후 무인 차량 서비스 사업을 통해 대중교통과 자가용의 경계를 없애는 운송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였다.

실리콘밸리는 우버가 가진 방대한 승객 및 운송 경험 데이터가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버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의욕에 찬 캘러닉 전 CEO는 2016년 자율운전트럭 스타트업 오토를 창업한 구글 전 엔지니어를 영입하고 오토를 인수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구글과 기술 절도 소송을 촉발했다. 또 캘리포니아주 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차량 시범운행을 했다가 운전 차량 등록을 취소당하는 등 규제 당국과도 마찰을 빚었다.

이런 '무리수'를 둘 정도로 우버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조기에 완성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지형·기후적 이유로 운전이 어려운 도시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와 애리조나주 템피,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 시범운행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우버의 꿈은 곧 현실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전직 엔지니어 수전 파울러의 사내 성추행 폭로로 불거진 '우버 사태'로 캘러닉 CEO가 같은 해 6월 물러나고 다라 코스로샤히가 CEO에 취임한 후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은 첫 위기를 맞게 된다.

캘러닉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우버 문화를 창출해야 할 처지였던 코스로샤히 CEO는 캘러닉의 유산인 자율차 개발 부문을 폐쇄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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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자율주행차 개발 본부인 피츠버그 ATG (피츠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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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개월 후인 올해 3월 우버의 자율주행차 개발 본부 ATG(선진기술그룹)가 있는 피츠버그에서 우버 '리더십 서밋'을 가진 뒤 코스로샤히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복수의 우버 직원들을 인용해 전했다.

NYT는 "코스로샤히와 새 임원진은 서밋에서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브리핑받은 뒤 우버의 미래가 자율주행차에 있음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서밋이 열린 지 불과 며칠 후에 템페에서 우버 자율주행차가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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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주 템페의 우버 자율주행차 사고 [AP=연합뉴스]



이 사고 직후 우버는 피츠버그와 템페, 토론토에서의 시범운행을 즉각 중단했다.

경찰 조사결과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무단 횡단하던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멈출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는 자체 안전성 검토를 시작했으며 향후 몇 달 내에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사고 여파로 우버는 5월에 애리조나주의 자율주행차 사업부서를 폐쇄하고 300명의 인력을 해고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자율주행트럭 사업부문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때만 해도 우버는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우버가 2분기 실적발표에서 순손실이 6억5천900만 달러로 전 분기의 5억7천700만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후 IT 전문매체 디 인포메이션이 "분기 손실의 15∼30%를 차지하는 자율주행차 부문을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권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우버가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특히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각종 악재와 재정적 부담이 가중하면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어찌할 것인지'를 놓고 코스로샤히 우버 CEO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디 인포메이션은 전했다.

NYT는 최근 코스로샤히 CEO의 자율차 개발에 대한 언급도 그 뉘앙스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사고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차량 공유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 있어 자체 자율주행기술은 엄청난 이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그가 최근 연설에서는 "자율주행기술을 모색하겠지만, 중립적인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자체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또는 다른 회사로부터 대안 모색 등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전체 자율주행 기술 및 하드웨어를 소유·운영하겠다는 이전 계획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그러나 우버가 결코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폐쇄된 우버의 자율주행트럭 부문 책임자였던 돈 버네트는 "우버와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은 자율주행기술이 미래의 비전임을 확신하고 연구해왔으며, 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면서 "우버는 무인차의 꿈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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