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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위축되는 개고기 문화…전국 최대 규모 성남 모란시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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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에도 손님 발길 뚝 끊겨…상인들 "개고기 산업 길어봐야 10년 버틸 것"

아시아투데이

16일 오후12시께 과거 전국 최대규모 개고기 시장으로 불렸던 경기 성남 중원구 모란시장 내 건강원 거리는 손님이 크게 줄어 한적한 모습을 보였다.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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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지환 기자 =예상했던 악취도, 판매대에 전시된 개도 없었다. 손님도 없긴 마찬가지다. 간간이 가게를 기웃거리는 사람이 이어지긴 했지만 복날 문전성시를 이뤘던 예전 모습과는 달랐다. ‘보신탕’ ‘개소주’ 등 개고기 판매를 의미하는 간판 밑에서 부채질하는 상인들만 있을 뿐이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개식용 문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관련 유통시장이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말복이었던 지난 16일 찾은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전국 최대 규모로 불리던 이곳 개고기 시장도 서서히 기울어가는 모습이 뚜렷했다. 건강원·일반음식점들 사이로 폐업한 가게들이 하나둘씩 보였다. 최근까지 영업을 하던 도축업체도 22곳 중 한 곳만 남았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의 얘기다. 주변상인들은 “A축산 혼자서 시와 싸우고 있다”고 했다.

1968년 ‘광주대단지개발사업’ 시작과 1969년 서울 철거민들의 대거 이주와 함께 급격히 커온 모란시장에서 개고기 거래는 암암리에 행해져 왔다. 1974년 개정된 축산물가공처리법에 따라 돼지거래와 도축은 사양화했지만 개고기 유통은 더욱 늘어났다. ‘수축(獸畜)’으로 분류되지 않은 개고기는 모란시장을 넘어 서울까지 활발히 거래되며 유명세를 얻었다. ‘개고기=모란시장’이란 공식이 태어난 배경으로 전해진다.

◇“개고기 산업은 끝났다”는 상인들…“보상해줘야 나간다”

케케묵은 논쟁인 ‘식용견 논쟁’도 종착역이 보인다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모란시장에서 30년째 장사 중인 변모씨(52)는 “개 산업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변씨는 “개 산업은 앞으로 5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 남았다고 본다”며 “우리 같은 상인들은 수요가 있어 공급해 왔을 뿐, 수요가 줄어드는데 산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25년째 개고기 유통 업계에 종사해온 김모씨(48)도 동참했다. 김씨는 “시장에서 외국인은 물론이고 단골을 제외한 한국사람들도 찾기 힘들다”며 “시장 상황과 보신 문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을 고려할 때 우리가 계속 업을 이어갈 수 있겠나”고 덧붙였다.

사람들의 갖은 비난과 따가운 시선도 한몫했다. 한 상인은 “보신 문화에 반대하는 이들이 늘면서 개를 판매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야만인’ ‘개백정’ 등 욕설까지 한다”며 “시와 맺은 협약에 따라 적절한 ‘보상’만 받는다면 대부분 그만 둘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약속 지켜라” vs “다 지켰다”…상인회와 성남시는 갈등 중

성남시는 모란가축시장상인회와 지난 2015년 중순부터 논의를 시작해 2016년 12월께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맺었다. ‘개고기 메카’란 오명을 지우겠다는 취지였다. 상인들은 협약 후 혐오감을 줄 수 있는 개고기와 철장 등을 치웠다. 협약에 찬성했던 15곳 중 6곳은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다른 6곳은 교체 준비 중이다.

성남시는 상인회와 업무협약을 맺을 당시 △임대료 인하 유도 △업종전환 자금 저금리 알선 △교육·컨설팅과 경영마케팅 사업 지원 △종사자 맞춤형 취업 알선 △시 소유 공실 점포 입주권 부여 △비 가림막·간판을 비롯한 환경정비 등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김용복 모란가축시장상인연합회장은 “비 가림막·간판 등 몇 가지는 지켜졌지만 나머지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시장도 바뀌면서 흐지부지된 부분이 있으니 시가 약속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성남시는 “약속했던 모든 사항들을 이행했다”고 강조했다. 두 단체의 입장이 다른 만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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