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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두 번의 일자리 추경에도 못 막은 제조업 구조조정발 ‘고용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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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구조조정·건설 불황에 임시·일용직 ‘도미노 붕괴’

정부 ‘진통제식 처방’ 탓 잇따른 추경에도 고용 쇼크 노출

청년·노인대책 집중하는 사이에 40대, 임시·일용직 ‘신음’

“때늦은 SOC·사회안전망 강화…정책방향 다시 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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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조진영 김미경 기자]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쇼크’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2년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54조원에 육박하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으나 결국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미 예견됐던 구조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당정청 회의가 열릴 만큼 현 고용 상황은 심각하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7월 취업자 수(2708만3000명)가 1년 전보다 5000명 증가한 데 그친 것은 2010년 1월(1만명 감소) 이후 8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 2월 이후 취업자 수가 10만명대 전후 증가에 그친 게 ‘위기’였다면 7월 성적표는 금융위기 수준의 ‘재앙’에 가깝다. 실제 6개월 연속 취업자 수 증가가 20만명을 밑돈 건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18개월)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제조업 구조조정 여파 임시·일용직 ‘도미노 붕괴’

이번 ‘고용 쇼크’의 주 원인으로는 제조업 구조조정이 꼽힌다. 현 정부 들어 본격화한 조선·자동차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고용 악화가 본격화하면서 타 업종으로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업종별 취업자 수를 보면 제조업(448만4000명)은 1년 전보다 12만7000명 줄어들며 이번 고용 쇼크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 4월부터 매달 전년대비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는 지금껏 금융 지원으로 틀어막아 온 성동조선과 SPP조선을 정리하는 등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전격 단행했다. 자동차업계도 수출 부진 속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건설업도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을 나섰고 그 결과 최근 건설 부문 민간·공공 투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정부도 올해 토목 부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 결과 건설업 고용자 수 증가는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 연속 전년대비 10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경쟁력이 약해진 제조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과거엔 ‘빚내서 집 사라’고 경기부양을 하면서 취약한 일자리나마 많이 생겼는데 그 분야 (일자리도) 많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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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제조·건설업 불경기가 음식업 등 타 업종은 물론 파견직 같은 취약한 일자리부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 쇼크’를 기록한 7월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용근로자는 27만2000명 늘어난 반면 임시, 일용근로자는 각각 각각 10만8000명, 12만4000명 줄었다. 업종별로도 경비·청소 등 파견업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지원·임대서비스업 고용자 수가 10만1000명 줄어들면서 제조업에 버금가는 타격을 입었다. 일자리 확충과 함께 소득 양극화 해결을 추진 중인 현 정부로선 뼈아픈 결과다.

◇‘진통제’ 수준 그친 두 차례 추경…방향 전환 지적도

정부는 내년도 20조원 이상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해 ‘고용 쇼크’를 완화할 계획이다. 연내 2차 추경 시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두 차례의 추경을 포함해 58조원의 재원을 쏟아부었음에도 ‘고용 쇼크’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의 방향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는 지난해 11조2000억원, 올해 3조8000억원 규모 일자리 추경을 단행했다. 본예산 역시 지난해 17조원,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9조원을 투입했다. 이를 포함해 2년 동안 투입한 직접 재원만 54조원 규모다. 그러나 대부분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쳤다. 제조업 구조조정 등 산업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 한데다 그 방향성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앞선 추경은 청년과 노인 일자리 확대에 초점을 맞췄으나 7월 고용현황을 보면 40대 일자리가 가장 큰 폭으로 무너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어려워지자 일자리안정자금을 만들었으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정부도 최근 부랴부랴 생활·지역밀착형이라는 전제로 SOC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실업보험 급여율과 수급 기간을 늘리는 등 사회안전망 강화에 나섰으나 한 박자 느린 대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하준경 교수는 “현 정부 대책을 보면 ‘진통제 처방’ 같은 느낌”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속도를 늦추고 충격을 줄일 필요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더 나은 창업이나 전직 같은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어디에 써야 할지 잘 모른 채 옛날 방식으로 돈을 쓰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직업훈련을 비롯한 고용 안전장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하는 등 지속 가능한 작업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이제부터라도 기업 기 살리기나 규제 완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고용 악화는 고용 안정성이 위협받는다는 방증”이라며 “규제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을 더 유연하게 해야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생기고 잃어버린 경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과 기업인이 싸울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실어주는 일”이라며 “기업의 기를 살리면 투자와 고용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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