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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여성의 삶 파괴 '디지털성범죄'…독버섯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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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발생

온라인 유통시 빠른 전파성으로 영구삭제 불가능

피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아…재유포 두려움 커

여가부 등 정부 피해방지 종합대책 실효성은 글쎄

피해자 일원화 지원체계 미구축…기관간 연계부족

범죄 혐의 입증의 어려움과 법적 사각지대도 문제

디지털성범죄 처벌 미약…"수사와 처벌 강화 절실"

"제도·기술개선, 피해자 요구 부응 지원 체계 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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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근절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란 불법 촬영물을 인터넷 등에 유포하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노출된다. 유포된 불법영상물이 온라인에서 삭제되지 않으면 피해는 지속된다. 여성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이 순간에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무서움 얼마나 아시나요?

19일 여성가족부(여가부)와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는 온라인 공간 등을 통해 불특정다수에게 발생할 수 있다. 가해 업체 서버와 가해자가 해외에 있을 때는 처벌이 쉽지 않다.

디지털 성범죄는 사람을 성적대상화하고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성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성폭력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정보는 온라인상에 유통되면 빠른 전파성으로 인해 영구삭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심각한 피해도 발생시킨다. 유포로 인한 피해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초 유포자와 재유포자, 정보 이용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렵다. 누군가 자신의 촬영물을 봤을까봐 두려워 더 이상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는 계속된 불안에 시달린다. 경찰서 등에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는 장면을 계속 목격해야 한다.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미래에 피해 촬영물 등이 온라인상에 유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가장 무섭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증가하는 디지털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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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신고는 2016년 8400건에서 지난해 1만건으로 증가했다. 불법 촬영과 불법 촬영물 유포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 역시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도별로 2011년 1523건, 2012년 2400건, 2013년 4823건, 2014년 6623건, 2015년 7623건, 2016년 5185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30일 개소한 디지털 성범죄 지원센터(지원센터)의 100일간의 실적에서도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점검 결과 총 1040명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지원센터는 7994건의 불법 영상물을 삭제했다. 지원센터는 여가부가 운영한다. 피해건수 2358건 중 유포피해가 998건(42.3%)으로 가장 많았고 불법촬영이 795건(33.7%)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자 대부분(737명·70.9%)은 불법촬영, 유포, 유포협박, 사이버 괴롭힘 등 여러 유형의 피해를 중복으로 겪었다.

피해 영상물이 만들어진 계기는 불법촬영(촬영 자체를 인지하지 못함)이 가장 많았다. 유포 피해 총 998건 중 578건(57.9%)에 해당했다. 나머지 420건은 영상물 촬영은 인지했으나 유포에는 동의하지 않은 경우다. 유포 피해자 1명당 적게는 1건부터 많게는 1000건까지 유포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촬영자는 대부분 전 배우자·연인 등 친밀한 관계 또는 학교나 회사 등에서 '아는 사이'였다. 약 74%(591건)가 지인에 의해서 발생했다. 삭제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성인사이트를 통해 유포되는 경우가 2068건(43.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979건·20.6%) ▲검색결과 삭제(867건·18.2%) ▲웹하드(292건·6.1%) ▲P2P(283건·6.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기관 연계부족 신속한 피해자 지원 역부족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방심위는 '디지털성범죄 대응팀'을 신설하고 신속 대응을 위한 긴급심의제도를 도입하는 등 관련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은 각 지방 경찰청의 '사이버수사대' 내에 전담 수사팀인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신설해 수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여가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상담, 삭제지원, 수사지원, 소송지원, 사후모니터링(점검)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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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원화된 피해자 지원 체계가 구축돼 있지 못하고 정부기관 간의 연계부족으로 인해 신속한 피해자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이유다.

범죄 혐의 입증의 어려움과 법적 사각지대의 문제점도 들 수 있다. 범죄 증거의 미확보, 불구속 수사로 인한 증거 인멸, 해외 사이트에 대한 수사의 어려움이 있다.

온라인상 불법 촬영물 등의 신속한 삭제와 지속적인 삭제 관리에 한계가 있다.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한 방심위의 심의 소요 기간이 길고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의 경우 우회 프로그램과 기술적인 이유로 완벽한 차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접속 차단이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방심위의 한정된 인력으로 불법 촬영물 등을 전담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피해자의 요구에 맞는 지원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도 있다. 여가부는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최근 설립된 지원센터는 불법 촬영물 등의 삭제에 인력과 예산이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피해자 보호·지원을 하고 있는 여성긴급전화 1366, 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는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전문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불법 촬영과 불법 촬영물 유포자에 대한 경찰 수사, 불법 촬영물 삭제와 유포 방지를 위한 지원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며 "경찰청, 방심위, 여가부 간에 긴밀한 연계를 통한 수사, 삭제, 피해자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은 솜방망이…피해자 맞춤형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물 등을 유포한 사람에 대한 수사와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는 갈수록 치밀해지지만 처벌은 미약하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촬영을 하거나 유포한 범죄자는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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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법 촬영을 했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해 성폭력 처벌법 14조를 위반한 혐의에 대해 불구속 입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찰에 따르면 불구속 입건은 2011년 1224건(구속 29건), 2012년 1776건(구속 48건), 2013년 2764건(구속 74건), 2014년 2844건(구속 61건), 2015년 3857건(구속 104건), 2016년 4365건(구속 134건)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 피해 촬영물에 대한 증거의 은닉, 폐기, 2차 유포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혐의 입증을 위해 강도 높은 초동 수사가 필요하다. 국제 공조를 통해 해외 사이트에서 불법 촬영물 등을 유통하는 사람을 검거해 강하게 처벌하는 것도 요구된다.

제도·기술개선은 물론 피해자 요구에 부응하는 지원체계도 확립돼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온라인상 불법 촬영물의 신속한 차단을 위한 '선조치 후심의' 제도 도입과 불법 해외사이트 차단을 위한 기술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기관은 불법 촬영물의 유포로 인한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복된 기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여가부도 피해자에게 가장 긴급하고 필요한 지원인 불법 촬영물 삭제 업무에 중점을 두고 실질적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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