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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탈리아 정부, 39명 숨진 다리 붕괴 사고 "네 탓" 타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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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 "EU가 정부지출 제한한 탓", EU "기반시설 투자 권장" 반박

다리 운영기업 벌금·사업권 회수… 지분 보유한 베네통에 비난 불똥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14일 39명의 사망자를 낸 제노바의 모란디 다리 붕괴 사고 책임을 '네 탓'으로 돌리기에 바쁘다.

처음엔 도로 운영 기업에 책임을 묻겠다고 하더니, 이젠 유럽연합(EU) 탓을 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사고 책임과 정치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책임론을 제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反)EU 성향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겸 부총리는 16일(현지 시각) "EU의 정부 지출 제한이 없었다면 사회 인프라 시설 상태가 더 나았을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EU의 어리석은 지출 제한 규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출을 제한하는 EU 때문에 다리 보수를 제때 못해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EU는 회원국의 균형재정을 위해 재정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모란디 다리를 운영한 기업 아우토스트라데에 1억5000만유로(약 2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아우토스트라데의 모기업 아틀란티아의 모든 도로 운영 사업권을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자 아틀란티아의 지분 30%를 보유한 패션 기업 베네통에도 비난의 불똥이 튀었다. 베네통은 1990년대 후반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고속도로 운영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베네통 일가는 살인마"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베네통 의류 불매 운동도 벌어질 움직임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네 탓' 공방에 EU는 곧장 반박했다. 크리스티안 슈파흐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는 이탈리아의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권장했고, 지난 4월에도 이탈리아 고속도로에 대한 85억유로(약 11조원) 규모 정부 지원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고 했다.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는 "살비니의 발언은 모든 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고 발생 나흘째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무너진 다리의 콘크리트 잔해가 워낙 거대해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17일 현재 사망자 39명, 부상자 15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지금도 10~20명이 사고 잔해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독일 DPA 통신 등은 전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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