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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아들 위성 낳고, 손자 위성 낳고… 러시아 군사위성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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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골칫거리 위성에 우려 표시 "위성 파괴 무기라 해도 확인 못해"

지난 14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 콘퍼런스. 미 국무부의 일림 포블레티 군축담당 차관보는 러시아가 쏘아올린 '미스터리 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 위성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매우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여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 위성은 작년 6월 23일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800㎞ 떨어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소유스 로켓에 실려 발사된 '코스모스-2519' 군사 위성이다. 당시 러시아는 "기존 러시아 위성들의 상태를 점검하려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위성의 실제 움직임은 그렇지 않았다. 포블레티 차관보는 "이 위성의 행동은 궤도상에서 타(他) 위성을 점검하는 러시아의 이전 사찰(査察) 위성들과 다르다"면서 "우리는 이게 뭔지 모르고 위성 파괴무기라 해도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포블레티 차관보가 특히 "의도가 불분명하고 매우 골칫거리"로 본 것은 코스모스-2519 위성에서 수개월 간격으로 '아들 위성'과 '손자 위성'이 차례로 나와 우주에 배치된 상황 전개였다. 마치 러시아 목각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위성이 위성을 낳고, 그 위성이 또 아들을 낳는 식이었다.

러시아 정부도 발사 두 달 뒤인 작년 8월 코스모스-2519 위성엔 소형 위성이 담겼다는 사실을 밝혔다. 10월엔 모(母)위성에서 '아들 위성'이 나와 배치됐다고 발표했다. '아들 위성'은 궤도를 바꿔가며 자율 운행을 했다. 이어 수개월 뒤엔 '아들 위성'에서 또 '손자 위성'이 나왔다. 이 위성들은 기존 위성에 접근해 상태를 파악하거나 아예 한 덩어리가 돼 지상의 통제를 받게 된다.

문제는 이 위성 사찰 기술이 파괴 목적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16일 "미 군사 전문가들은 이 위성들이 미국 위성에 접근해 극초단파나 레이저로 일정 기간 통신을 교란하거나 영구 불능(不能)화할 수 있으며, 충돌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아예 위성 파괴가 목적인 코스모스-2499 위성도 이미 개발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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