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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황금빛 전설의 땅 ‘엘 도라도’ 그 신비의 유물을 직접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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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콜롬비아에서 총 322점 공수

인간 욕망의 핏빛 역사도 조명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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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도라도(El Dorado)’는 ‘황금의 나라’ 혹은 ‘이상향’, ‘낙원’을 의미한다. 하지만 원래는 ‘황금빛이 나는 사람(족장)’을 일컬었다. 그렇다면 ‘엘 도라도’의 원뜻인 ‘황금빛이 나는 족장’은 과연 누구일까.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이 콜롬비아 황금박물관과 함께 지난달 30일부터 10월28일까지 열고 있는 ‘황금문명 엘 도라도-신비의 보물을 찾아서’ 특별전은 바로 ‘황금을 찾아 헤맨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16세기 중남미를 정복한 스페인 정복자들 사이에서 “안데스 산맥 너머에 황금으로 온몸을 치장한 사람과 황금으로 만든 도시가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콜롬비아 보고타 부근 과타비타 호수(해발 2700m)를 터전으로 살고 있던 무이스카족의 관습이 전설처럼 퍼졌던 것이다. 실제로 온몸에 금가루를 바른 이 부족의 신임 족장은 호수 한복판에서 배에 실은 금은보화를 호수에 던져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즉위식을 거행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는 황금빛이 나는 사람(족장)을 ‘엘 도라도’라 일컬었다. 이들은 1536년 케사다 원정대를 시작으로 마을사람들을 고문과 학살한 끝에 겨우 과타비타 호수를 찾았다. 그러나 호수에 잠겨있다는 황금을 찾을 길이 없었다. 이후에도 엘 도라도를 좇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었지만 매번 실패했다.

드디어 1969년 보고타 남쪽 파스카의 농부 3명이 험준한 바위 밑에 조성된 작은 동굴을 발견했다. 그 안에서 나온 유물들은 황금으로 된 뗏목 위에 금가루로 온몸을 치장한 족장과 신하들을 표현한 ‘황금뗏목’등 황금공예품으로 확인됐다. 드디어 400년간 수수께끼로 남았던 엘 도라도의 실체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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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이 황금뗏목은 출품되지 않았다. 이 유물은 콜롬비아에서도 국보 중 국보로 여겨 해외전시는 언감생심이고 전시실 밖도 벗어난 적이 없다.

콜롬비아 황금박물관을 다녀온 오세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황금뗏목은 진열장을 여는 열쇠구멍조차 없이 완전 밀봉시킨 채 전시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래도 이번 한국전시에 콜롬비아 황금박물관 사상 가장 많은 유물을 보냈다. 이미 영국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49개국에서 200회 이상 순회 전시된 바 있지만 대부분 100~150점 사이에 그쳤다는 것이다. “2020년으로 예정된 한국 문화재의 콜롬비아 전시 때 많은 유물을 보내달라”는 것이 콜롬비아 황금박물관 측의 조건이었다. 이번 한국 전시에는 스페인 정복기 이전의 황금공예품 200여점을 포함, 총 322점을 출품했다.

바로 그 황금의 땅 ‘엘 도라도’에서 날아온 유물이기에 공수작전도 남달랐다. 석기나 토기 등은 화물칸을 이용했다. 그러나 황금유물 200여점은 여객기 좌석을 따로 예약해 고이 운반해 왔다. 오세은 학예사는 “전시된 황금유물은 보면 볼수록 ‘엘 도라도’ 본고장의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밝혔다. ‘엘 도라도’, 즉 무이스카의 황금유물이 인간의 탐욕을 채워주는 재물이 아니라 신에게 바쳐 자연과 더불어 사는 영혼의 도구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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