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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말뿐인 ‘천연’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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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소비자원 24개 제품 조사

천연 성분 함유량 표기 한곳도 없어

“미국 등 기준 따르면 전부 기준 미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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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증세로 고민하던 회사원 정아무개(41)씨는 최근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난 ‘어성초 비누’를 샀다. 하지만 막상 제품을 받아보니, 어성초가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정씨는 “제대로 된 성분 표기가 없다. 어성초가 들어있긴 한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씨 사례처럼 최근 웰빙 열풍과 함께 인기가 높아지는 천연비누 제품들이 대부분 천연성분 함량을 적지 않는 등 성분 표기를 부실하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천연성분 함유량도 모두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24개 천연비누 제품을 조사해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전 제품이 천연 성분 함량을 표기하지 않았다. 조사대상 24개 가운데 8개는 ‘천연’이라는 단어를, 20개는 ‘딸기 비누’등 천연 원재료명을 제품명에 사용했다. 나머지 7개 제품은 천연 성분의 효능·효과를 광고하고 있었다. 제품 모두 ‘천연’을 내세웠지만, 천연성분 함량을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말로만 ‘천연’인 셈이다.

이는 제대로 된 인증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제품의 95%이상을 천연 성분으로 써야하고, 프랑스는 95% 이상 천연 성분 사용 및 5% 이상 유기농 원료를 써야 천연비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천연비누는 현재 공산품으로 분류돼 이런 인증 기준이 없는 상태다. 2019년 3월에 개정된 화장품법이 시행되는데, 그때가 돼서야 세부 인증 기준이 나올 예정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는 천연화장품 인증기준이 없기 때문에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천연화장품 인증기준을 적용했더니 전 제품이 해당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부분 기존 비누제품에 천연 원료를 조금 섞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다행히 이번 조사서 포름알데히드, 디옥산, 파라벤 같은 유해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소비자원은 관련 업체에 제품의 필수 표시사항 준수를 권고하고, 관계 기관에 천연비누의 제품 표시 관리·감독 강화와 인증기준 마련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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