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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부산 '스폰서 판사' 3년 지나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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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재판 거래와 관련성 의심… 법원 일각 "억측 수사로 망신주기"

검찰은 15일 부산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판사 출신 변호사 문모씨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문씨는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오랫동안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흔히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으로 불린다. 검찰은 이미 3년 전 이 사건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 검찰은 2015년 부산의 건설업체 회장인 정모씨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5000만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자 정씨가 당시 부산고법 판사였던 문씨에게도 여러 차례 룸살롱·골프 접대를 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문씨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당시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수뇌부에 이 사실을 통보만 했다. 이후 행정처는 문씨에게 구두 경고만 하고 징계는 하지 않았다. 검찰이 지금 와서 다시 이 사건을 파헤치는 것은 법원행정처가 과거 이 사건을 덮은 과정에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 간 '재판 거래'가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문씨의 '스폰서' 역할을 한 건설업자 정씨의 항소심 재판을 몇 차례 더 열어야 한다는 '대책 문건'을 만들었다. 당시 이 재판은 변론이 모두 끝나고 선고만 앞둔 상황이었다. 문건에는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정씨가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이 문 전 판사 비위를 외부에 알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검찰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재판을 더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돼 있다. 실제 재판은 몇 차례 더 열렸다.

검찰은 행정처가 정씨 재판에 개입하려 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접대 자리에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현기환씨도 참석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행정처가 박근혜 정권 핵심 인사와 친한 정씨의 재판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양 전 대법원장이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청와대의 협조를 얻으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 내에선 "억측에 가까운 수사로 법원 망신 주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엄보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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