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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e갤러리] 욕망이 뭉갠 경계를 보라…이준형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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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8년 작

세계관광지 사진 소재로 구획 허무는 화법

미디어 허상세계 사는 현대인 감각 꼬집어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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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아스라이 거대한 기둥으로 세운 고풍스러운 건물이 보인다. 어디쯤에 위치한 유적지 같기도 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경계가 없다. 뭉개진 듯 흩어진 듯 어렴풋한 형체뿐이다. 건물만이 아니다. 그곳으로 향하는 혹은 스쳐 지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젊은 작가 이준형은 구획을 허무는 화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소재는 인터넷에서 수집했다는 관광명소의 사진. 명확치 않은 오브제와 배경을 드러내놓고 미디어가 만든 허상세계에 사는 현대인의 욕망을 꼬집는 거다.

‘멋진 신세계’(2016∼2018)는 영국소설가 올더스 헉슬리(1894∼1963)의 ‘멋진 신세계’(1932)를 모티브로 작업한 동명연작 중 한 점이다. 과학기술의 남용으로 인간성이 파괴되는 끔찍한 세계. 작가는 풍자와 역설로 뒤엉킨 헉슬리의 세상을 형체가 불분명한 자신만의 풍경으로 녹여냈다. 현실은 버려둔 채 과장되게 포장한 세계에 빠진 우리의 감각을 은근하게 나무라는 것이다.

9월 6일까지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아트딜라이트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멋진 신세계’에서 볼 수 있다. 린넨에 오일. 45×53㎝. 작가 소장. 아트딜라이트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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