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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단독]‘부산 법조비리 사건 연루’ 의혹 전직 판사·건설업자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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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비리 은폐’ 전·현직 판사 압색 영장 기각에 반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5일 ‘부산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된 전직 판사와 사업가를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 은폐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전·현직 판사들에 대해선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특수3부는 이날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49·현 변호사), 건설업자 정모씨(53)의 부산 자택과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파일과 서류 등을 압수했다. 검찰이 지난 13일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중 문 전 판사와 정씨의 영장만 14일 발부됐다. 영장에는 알선수뢰 등의 혐의가 적시됐다.

문 전 판사는 2015~2016년 부산고법 판사로 재직하면서 정씨로부터 수차례 향응을 받고, 정씨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후 1·2심 재판 내용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이 문 전 판사의 비위 혐의에 대해선 강제수사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문 전 판사의 비위 혐의 자체보다 법원행정처가 그러한 비위를 알고도 감사 규정을 따르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중점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검찰이 2015년 정씨를 수사하면서 문 전 판사의 비위를 파악해 통보했지만, 법원행정처는 문 전 판사에게 구두경고만 하고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문 전 판사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59·구속)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법원행정처가 문 전 판사를 징계하기보다는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설치에 이용하려고 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또 2016년 9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작성한 문건에서 “(징계를 하지 않은 데 대한) 검찰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2심 재판이 제대로 진행된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면서 이미 선고일까지 정해진 정씨 재판의 변론 재개를 제안하고, 문건대로 실제 변론이 재개된 점에 주목한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제안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살피고 있다.

영장 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당시 정씨 재판을 담당한 현직 판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기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허 부장판사는 “문 전 판사의 행위나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관련 문건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주거지와 사무실 등 압수수색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고 범죄혐의 성격이나 대상자에 대한 임의수사 시행 여부 등에 비춰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전담 법관이 법원행정처 문건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예단하고, 임의수사 시행 여부 등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 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고 밝혔다.

<유희곤·조미덥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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