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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최태원 10년前 인니 결단, 윤활기유 세계1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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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두마이 '파트라 SK' 공장 가보니

매일경제

SK그룹의 인도네시아 합작사인 파트라SK가 합작 10년 만에 시장점유율 세계 1위로 우뚝 올라섰다. 지난 1일 공장장인 박병용 파트라SK 상무(맨 오른쪽)가 직원들과 함께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두마이 = 이동인 기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끝에 위치한 두마이. 인도네시아 국영석유기업 페르타미나가 운영하는 308만㎡ 넓이(축구장 410개)의 정유단지에 들어서자 SK이노베이션의 전신 '유공'의 저장탱크를 뜻하는 'Y-T'가 일련번호와 함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페르타미나와 SK그룹 간 합작사인 '파트라SK' 공장이다. 이 공장에선 현재 한국인 직원 2명과 현장 직원 90명이 엔진오일의 기초원료인 윤활기유를 하루에 9000배럴씩 생산 중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두마이 현장에서 만난 박병용 파트라SK 상무는 "파트라SK는 그룹Ⅲ 윤활기유를 10년째 무사고로 생산하고 있다"며 "세계적 메이저급 회사가 만드는 윤활기유보다 더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Ⅲ 윤활기유는 고급 자동차용 윤활유의 원료가 되는 제품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세계 1위로 올라선 것은 SK이노베이션의 기술력과 인도네시아 미나스유를 기반으로 한 페르타미나의 고급 원료 조달 능력이 주효했다. 두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결합해 기존 제품보다 한 단계 개선된 '유베이스플러스'라는 제품을 개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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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두마이 윤활기유 공장은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합작사업 첫 성공 사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의 "내수에만 안주해선 고급 윤활기유 시장의 선도 사업자가 될 수 없다"는 냉철한 시장 판단력과 과감한 추진력에 힘입어 10년 전 이곳에 설립됐다. 박 상무를 비롯한 임원들은 합작사 추진 당시 인도네시아 법인에 프로젝트의 기한을 명확히 정해놓고, 최 회장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자카르타 한 호텔에서 합숙하다시피 하면서 500쪽 정도의 보고서를 완성해냈다. 최 회장은 이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2005년 11월에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 차 방한한 인도네시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을 만나 두마이 프로젝트를 직접 제안했다. 2006년 1월 페르타미나 경영진과 타당성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작사 설립을 위한 세부 내용 조율에 들어갔다.

최 회장은 이 과정에서 2006년 12월 대통령 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다시 한번 페르타미나 경영진과 만났다. 다음해 4월 23일 한국에서 합작사 협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2월 착공 소식을 알리는 기공식이 열렸다.

합작이 성사된 이후에도 최 회장은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최 회장은 이후 2008년 4월 공장이 가동되기까지 쉬지 않고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11년에도 다시 이 공장을 방문했고 당시 박 상무는 사택에서 맑은 된장국을 끓여 최 회장 일행을 대접했다.

박 상무는 "이미 반응기(리액터) 등의 일부 설비는 공사 전에 발주가 났을 정도로 엄청난 스피드였다"며 "울산 공장에서 Y-T가 새겨진 탱크를 그대로 가져온 것도 당시 이 프로젝트를 얼마나 전폭적으로 받았는지 잘 알 수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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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설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걸린 시간은 약 2년에 불과했다. 파트라SK는 시운전 기간 중 단 한번도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고 그 기록은 상업생산 이후에도 지켜지고 있다. 라마단 금식 기간과 이슬람 명절인 르바란 휴일로 인한 업무 효율 저하도 이 공장의 10년 무사고 운전 기록을 막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두마이 공장은 최근 또 한번 결단을 앞두고 있다. 처음 이곳에 SK가 자리 잡은 것은 인도네시아 미나스 원유에서 생산된 미전환유(UCO)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또 다른 유종까지 사용해 생산량을 30% 늘린다는 구상이다. 큰 시설 투자 없이 소규모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려는 노력은 어렵지만 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시도다. 박 상무는 "페르타미나는 이제 SK를 믿고 협력 분야를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두마이(인도네시아)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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