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최고 화제의 인물은 단연 22억2998만원을 받은 한국투자증권 김연추 차장(37)이었다.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13억원)이나 최고경영자 유상호 사장(20억2800만원)보다 많은 액수였던 것은 물론이고 윤용암 전 삼성증권 사장(35억원)과 권성문 KTB투자증권 전 대표(28억원)를 제외하고는 다른 증권사 대표도 김 차장보다 많은 급여를 받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김 차장이 상장지수증권(ETN) 판매와 운용으로 큰 성과를 내며 21억원대 성과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15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투자공학부 소속인 김 차장은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게임회사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9년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직했다. 김 차장이 이끌고 있는 투자공학부는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ETN 등 파생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부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김 차장은 공학적으로 상품을 구조화하고 설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높은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성과에 대한 보상을 2018년에 60%만 지급한다. 올해 성과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30억원인데 그중 40%인 12억원만 올해 지급되고 나머지 부분은 3년에 걸쳐 나눠 지급된다.
김 차장이 높은 상여금을 받은 배경에는 그가 국내 최초로 만든 '양매도 ETN'이 있다. 이 상품이 워낙 잘 팔렸을 뿐 아니라 회사 고유자본으로 이 상품에 투자해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거액이 책정되면서 김 차장이 높은 상여금을 받게 된 것이다.
김 차장이 만든 'TRUE 코스피 양매도 ETN'은 개인투자자도 옵션 전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한 상품이다. 양매도 전략은 매월 옵션 만기일에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해 코스피200이 -5~5% 구간에 있으면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쌓는 구조다. 옵션 만기일에 지금 지수보다 5% 높거나 낮은 가격에 지수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파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지수가 5% 안에서 움직이면 해당 권리를 포기하는 게 합리적인 상황이 된다. 여기에서 콜옵션이나 풋옵션을 매도한 투자자는 옵션 프리미엄을 남길 수 있다. 해당 전략은 지수가 박스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상승 또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때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사용한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이 상품은 출시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증시가 상승 흐름을 이어간 탓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횡보세를 보이자 유용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부상했다. 이 상품은 상장 이후 지난 14일 기준 5.41% 수익을 올렸고, 최근 6개월 국내 증시의 조정장세에서도 2.38% 수익률을 올렸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올해 히트상품으로 부상하자 최근 누적 발행 규모 8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양매도 전략을 쓴 한 운용사는 2010년 옵션 만기 쇼크 때 800억원대 투자 손실을 보기도 하는 등 양매도 전략은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손실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차장이 내놓은 양매도 ETN은 시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손실이 극대화하지 않게 설계됐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TRUE 코스피 양매도 ETN'은 올해 7월 급락장에서도 하락 폭이 크지 않았던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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