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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끊어진 `재테크 사다리`…큰손 투자비법 `3R`서 답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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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테크 新투자전략 / ① '3R'로 재테크 사다리 잇자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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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생 김지은 씨. 그녀는 자기 또래를 재테크 좌절 세대로 부른다. 5세와 3세 두 아이를 둔 전업주부인 김씨는 첫째를 낳고 직장을 관뒀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한 달에 500만원 조금 못 미치는 돈을 가져온다. 세전 기준으로 연봉 7000만원 초반. 아무리 외벌이라도 나쁜 경제 사정은 아니다. 문제는 재테크 결핍이다. 주식 펀드 등 정통 재테크에서 손을 뗀 지 한참 됐다.

김씨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원금을 합해 매달 100만원 이상 나간다"며 "유치원비, 생활비, 관리비, 각종 세금 등을 더하면 적자가 나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미 대출을 얻어 집을 산 마당에 솔깃한 다른 재테크 수단도 없는 것 같다"며 "답답하지만 매달 쪼들리는 심정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김씨의 현실 인식은 많은 중산층 가계가 직면하는 재테크 현주소다. 현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매월 40만원씩 쪼개 적금을 부어야 20년 만에 1억원을 만질 수 있는데, 집값은 불과 며칠 새 1억원이 오갈 정도로 출렁거리는 시절이다. 매달 일정액을 붓는 적립식 투자에 '갈 길이 먼' 개인투자자들 구미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수천만~수억 원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투기적 상품이 아니면 재테크족 관심을 돌려놓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한국 경제 허리 역할을 해야 할 3040세대의 '재테크 사다리'가 실종 위기에 처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부(富)를 축적하는 재테크 패턴이 사라지고, '큰 거 한 방'에 의존하려는 심리가 일반화돼 있다.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주택투자 열풍과 비트코인 신드롬이 그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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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최근 증권·자산운용사 20곳에 의뢰해 개인투자자 5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주식펀드 등에 투자해 어느 정도 수익률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10% 이상을 원한다'는 응답자가 무려 27%에 달했다. 특히 30대 응답자 중에는 39%가 두 자릿수 수익률을 원한다고 답했다. 은행 예금금리가 연 2%대인 저금리 시대에 살면서 많은 국민의 투자 눈높이는 연 10% 이상 수익률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에도 건강한 재테크 문화가 자리 잡을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처럼 '투자와 삶이 자연스럽게 균형(일명 투라밸)'을 이뤄야 한다는 충고다.

매일경제는 재테크 좌절 세대가 눈여겨봐야 할 원칙으로 '3R 재테크'에 주목했다. 국내 주식채권 등 전형적인 재테크 틀에서 벗어난 대체투자와 해외 투자로 기존 재테크 틀을 얽매이지 않는 록 앤드 롤(Rock&Roll)형 투자, 토끼와 같은 기민함으로 국내외 이슈에 대응하면서 단기투자 효율성과 속도감을 높여 적정 수익을 창출하는 래빗(Rabbit)형 투자, 로보어드바이저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투자로 인간의 주관적 판단 영역을 극복하는 로봇(Robot)형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일부 고액 자산가들은 이런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임동욱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 이사는 "최근 1~2년 새 고액 자산 고객들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보면 대체투자 비중이 50%까지 육박하고 있다"며 "큰 고객(고액 자산가)들은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등 전혀 성격이 다른 10개 이상 자산군에 분산투자하는 멀티 전략을 활용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재테크 시장에서 테마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자산을 움직이는 템포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투자처에 자산을 묵혀두기보다는 국내외 경제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단기 재료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군을 찾아다닌다는 설명이다. 이승환 미래에셋대우 개봉지점 PB는 "자산 일부를 미국 대형 정보기술(IT)주 등 안전자산에 넣어두고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단기 이슈에 대응하는 전략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 금리가격 변동에 따라 만기(듀레이션)가 긴 채권으로 단타를 치거나 호재성 이슈가 있는 지역에 ETF를 매입해 단기 수익 2~3%를 올리고 자산을 옮기는 게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투자는 미국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대세(大勢)로 굳어지고 있다. 로봇이 투자자 정보를 고려해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고 시장 상황에 맞춰 계속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을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대표적이다.

김영빈 파운트투자자문 대표는 "AI는 수많은 데이터가 주고받는 관계를 추적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적의 수를 제시한다"며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극단적으로 수익률이 치솟는 대박을 노릴 수는 없지만 반대로 쪽박을 찰 일도 없어 '잃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예경 기자 / 홍장원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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