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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경제신문은 내 친구]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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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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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빈번하게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단어가 있죠. 바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제2차 제재)'인데요. 지난해 국내 반입이 금지돼 있는 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반입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일 언론에 언급되고 있습니다. 석탄을 반입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 때문입니다.

'boycott'은 사전적으로는 항의의 의미로 구매를 거부하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항의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불매운동은 1차 보이콧이라고 하고, 1차 보이콧 대상과 관계된 대상까지 거부하는 것을 2차 보이콧이라고 합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주도할 수 있는 나라는 힘 있는 나라, 현재는 미국이 이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정부뿐 아니라 기업·금융기관·개인까지 제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를테면 가장 힘센 나라가 자기 친구 나라들을 불러 모아놓고 "앞으로 저기 있는 저 나라랑 거래하면 너희들 나랑도 못 놀게 될 줄 알아"라고 으름장을 놓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한국 정부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핵심 동맹국이며 북한 대화 국면의 주요 협력국인 한국의 위상을 존중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의혹이 추가 확인될 경우에도 미국이 이러한 입장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3국이 그 제재에 동의했는지와 관련이 없습니다. 제재를 발동한 국가의 일방적인 결정이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제재 범위 역시 그 국가의 권한 내에서만 결정됩니다. 또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국과의 거래 방식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관계없습니다. 석유가 제재 대상 품목이라고 한다면 석유 밀수뿐 아니라 합법적으로 석유 거래를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됩니다.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제재 대상 국가의 석유 거래 자체를 차단하는 게 제재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대상 국가가 되면 사실상 세계 전체로부터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거래가 끊기게 됩니다. 대북 제재의 경우 핵·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중단에 초점을 맞췄지만, 단순히 직접 관련된 품목이나 기술뿐 아니라 그를 위한 자금줄이나 원자재까지 모조리 봉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된 역사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미국이 주도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국제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막강 달러의 발행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를 계속하려면 세계 모든 나라들은 미국이 지정하는 제재 대상 국가와의 거래를 끊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과거 이란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 톡톡히 효과를 봤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010년 6월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에 대해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란은 이 결과 2013년 경제성장률이 -6%대까지 추락하고 통화 가치가 2012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극심한 민생고에 시달렸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결국 2015년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이란 핵협상(JCPOA)을 타결시키게 됩니다.

북한도 현재 미국이 주도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속에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이자 세컨더리 보이콧에 해당하는 '행정명령 13810호'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북한과 재화와 용역을 거래하는 어떤 개인이나 기업의 자산도 미국 정부가 압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과 맞물려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2016년 3.9%에서 지난해 -3.5%로 끌어내리는 등 막대한 타격을 줬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를 지난 1월 북한이 갑작스레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 주요한 배경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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