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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NO 온라인'을 고집해 위기 극복한 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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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윤정 인턴기자] [英ITC, 온라인에 고객 몰리며 2009년 폐업 위기… '고객맞춤형' 상품으로 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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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파이어링 트래블 컴퍼니(Inspiring Travel Company, ITC) 홈페이지의 개인 맞춤형 여행 브로셔를 신청할 수 있는 화면. /사진=IT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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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킨슨 회장. /사진=ITC


이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인터넷 웹 사이트나 앱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그런데 오히려 고객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전화 예약'을 고집해 폐업 위기를 극복한 여행회사가 있다.

BBC는 13일(현지시간) 세계 각지의 기업 경영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더 보스(The Boss)' 코너에서 영국 여행사 인스파이어링 트래블 컴퍼니(Inspiring Travel Company, 이하 ITC)의 회장 제니퍼 엣킨슨(Jennifer Atkinson)을 소개했다.

엣킨슨 회장은 2009년 위기를 맞은 ITC를 구한 장본인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2009년 세계 관광객 수(8억8000만 명)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년보다 4.2% 줄어들었고, 관광산업 규모 역시 8520억 달러(약 967조 원)로 5.7% 감소했다.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여행사에 몰리면서 전화 예약만 가능한 ITC는 14억원 손실을 보는 등 존폐 위기를 맞았다.

당시 마케팅 팀장이었던 엣킨슨은 회사를 구할 자신만의 비전을 제시해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의 전략은 '럭셔리'하면서도 최대한 '개인맞춤'인 여행을 제공하는 것. ITC의 고객 중에는 인기연예인, 축구선수, CEO 등 시간이 모자란 부유층이 많았다. 이들에게 인터넷에서 고객 스스로 찾기 힘든 정보를 주고, 고객의 요구사항도 최대한 수용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카리브해 유명관광지에서 가장 맛있는 레스토랑의 가장 좋은 자리를 예약해주고, 투어 상품에서 원하는 대로 장소를 변경하거나 일정을 조정해준다. 헬리콥터에서 일몰을 보며 프로포즈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부부끼리 오붓하게 식사하도록 아동돌봄서비스를 찾아서 예약해주기도 한다. 보다 자세한 현장 정보를 얻기 위해 직원들이 미리 관광지로 2~3일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개인맞춤형 서비스 덕분에 ITC 고객의 70%는 기존 고객들이다. 여행산업 전문가 마이크 부스갱은 "큰돈이 드는 럭셔리 여행을 계획할 때 전문가의 세심한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며 ITC의 시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ITC는 현재 연매출 1370억 원의 회사로 성장했고 80명까지 줄었던 직원수도 210명으로 늘었다.

엣킨슨은 올해 초 CEO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 ITC그룹의 회장이다. 이제 그의 목표는 ITC를 전 세계 각지로의 '개인맞춤형 여행'을 계획해주는 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2015년 ITC는 인도, 미국,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상품 범위를 넓히기 위해 경쟁사 웨스트 앤 오리엔탈(West⩔iental)의 4개 계열사를 인수했다.

엣킨슨 회장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ITC 같은 여행사를 망하게 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아직 건재하다"며 "고객들과 직접 대화함으로써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윤정 인턴기자 dldbswjd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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