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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특정 콘텐츠 데이터 무료 ‘제로레이팅’…통신비 인하 ‘꿀팁’? 중소업체엔 ‘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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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비용 부담

5G망 구축 비용 분담 효과 있지만

대기업에만 유리·망중립성 훼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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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할 5G(세대)통신 시대를 앞두고 ‘제로레이팅(zero rating)’이 통신비 인하의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 사업자가 이동통신사와 제휴를 맺어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이통사가 데이터를 차별적으로 운영하면서 대규모 자본을 가진 소수 콘텐츠 사업자에게 유리할 수 있고 사업자는 다른 소비자에게 요금으로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KT는 오는 24일 정식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모델에서 이용하는 4개의 게임 애플리케이션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한다. 갤노트9을 구매한 KT 가입자가 삼성전자의 전용 앱 유통망인 갤럭시앱스에서 게임 ‘배틀그라운드’ ‘피파온라인’ ‘검은사막 모바일’ ‘오버히트’ 등 4개 앱을 내려받아 이용하면 데이터 요금을 면제받는다. 제로레이팅을 이용하면 소비자는 데이터 요금을 절약할 수 있고, 이통사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면 된다. 콘텐츠 사업자도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구조다.

KT 관계자는 “삼성전자, KT, 게임사의 공동 마케팅”이라며 “게임 유저들에게 KT 브랜드를 노출하고 갤노트9에 대한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려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노트9을 출시하면서 ‘게임 폰’ 기능을 강조했는데 첫번째 파트너로 KT를 선택한 것이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SK텔레콤은 9월부터 13~18세 중·고등학생 가입자를 위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시작한다. 넷마블, 네오위즈, 헝그리앱, 김급식, 스노우 등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10여개 게임·커뮤니티·포토 앱을 데이터 과금 없이 이용케 했다. 제로레이팅은 SK텔레콤이 사실상 처음 도입했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를 서비스하면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포켓몬고 이용자들이 이용한 총데이터는 280TB(테라바이트)로 약 43억원어치로 추산된다.

특히 제로레이팅은 데이터 트래픽이 급격히 늘어날 5G 시대를 앞두고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거론된다. 데이터 트래픽을 크게 잡아먹는 동영상, 게임 등 서비스에만 제로레이팅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1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는 자리에서 5G 망 구축 비용 분담을 위해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대한 제로레이팅을 활성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도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경감 효과가 있다고는 본다. 그러나 ‘망중립성’이 고민이다.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제로레이팅은 데이터를 특정 이용자에게 차별적으로 취급한다.

여기에 대자본을 가진 소수 콘텐츠 대기업이 시도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도 문제다. 데이터 비용을 내기 힘든 중소 콘텐츠 제작사, 인터넷 기업들에는 ‘그림의 떡’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제로레이팅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상위 사업자들 중심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제로레이팅을 한다고 콘텐츠 기업이 데이터 요금을 다 내는 것은 아니다. 계약마다 배분 비율이 다르다.

이통 3사가 음원 제공 등 자사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로레이팅을 적용하는 것도 외부 경쟁업체에는 불리한 요소다. 최 대표는 “정부는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봐야 하는데 제로레이팅을 통신비 절감 방법으로 오인하고 있다”며 “데이터 감면 비용을 콘텐츠 기업들에 받으면 이들이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할 텐데 결국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제로레이팅(Zero-Rating)

콘텐츠 사업자가 이동통신사와 제휴해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 주는 제도. 이용자가 데이터를 써도, 그 비용은 이통사나 콘텐츠 제작사가 대신 납부해서 ‘0원 요금제’라고도 부른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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