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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신축성과 전도성이 뛰어나면서 독성 없는 고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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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초과학연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논문

은 나노 와이어와 고무성질 합성수지 이용

8배 이상 늘어나면서 금속처럼 전기 전달

돼지실험 통해 심장 이상 치료 가능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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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전기를 잘 통하면서 잘 늘어나는 ‘팔방미인’의 전도성 고무를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13일 “나노입자연구단의 현택환 단장(서울대 석좌교수)과 김대형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이 높은 신축성과 전도성을 띠면서도 인체에 독성이 없는 전도성 고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이날(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전도성 고무는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심장박동 보조기 등 신체 삽입형 의료기기 개발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어 관심이 높은 재료이다. 연구팀은 전기 전도성이 높은 은 나노 와이어와 잘 늘어나는 고무 성질의 합성수지인 ‘에스비에스(SBS) 엘라스토머’를 섞는 방법을 연구했다. 에스비에스 엘라스토머는 플라스틱과 고무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합성수지로, 스티렌과 부타디엔으로 만들어진 열가소성고분자여서 열과 압력에 의한 가공이 쉽고 잘 늘어난다.

문제는 은 나노 입자가 독성이 있고 쉽게 부식돼 전도도가 떨어질 수 있고 생체 밖에서는 땀에 의해, 생체 안에서는 피 등 액체에 의해 쉽게 부식한다는 점이다. 또 전도도를 높이려 은 나노 와이어를 많이 넣으면 고무 특성을 잃어 딱딱하게 되거나 쉽게 끊어진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갔다. 우선 은 나노 입자 표면을 금으로 싸서 독성을 차단하고 산화를 방지했다. 다음 계면활성제를 활용해 벌집구조를 만들어 3차원의 그물망(메시) 구조를 만들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재질이 부드러워져 신축성이 늘어나고 나노 와이어 접촉 면적이 늘어나 전도도가 높아졌다. 연구팀의 전도성 고무의 신장력은 840%에 이르고, 전도도는 금속 전극(1㎝ 당 10만S·지멘스)에 버금가는 최대 7만2천S/㎝까지 측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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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심근경색이 걸리도록 한 모델 돼지의 심장에 모두 42개 채널(84개 전극)로 구성된 전도성 고무 망(메시)를 씌워 실험한 결과 모든 채널에 충분한 전기적 자극이 전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채널망은 심장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부정맥 등 심장 이상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전기 자극을 가해 치료를 시도했다. 또 간과 신장, 비장, 폐 등에서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점도 확인했다. 기존 금속 심장박동 보조기는 전극이 2개뿐으로 자극에 한계가 있고 전력 공급 기간도 짧아 재수술을 해야 한다.

현택환 단장은 “채널이 많으면 심장에서 정확한 질병 위치를 파악해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실험 대상 모델 돼지가 2마리 뿐이어서 좀더 많은 실험을 진행해 성능과 한계를 점검한 뒤 인체 적용을 위한 임상 단계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피부나 관절 부위에 전도성 고무 밴드를 부착해 열과 전기 자극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실험을 통해 관절 질환을 치료하거나 심전도와 근전도 등을 측정해 진단하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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