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밀착카메라] 비자림로 베인 그 자리…난개발에 우는 제주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JT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제주의 비자림로를 확장하는 공사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공사를 일단 멈추겠다고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비자림로를 아름다운 '생태 도로'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제주 '난개발'에 대한 걱정들이 폭발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나무들이 베어진 채 쓰러져 쌓여있습니다.

밑동 너비가 손 세 뼘이 훌쩍 넘는 이 나무도 베어져 나갔습니다.

원래는 이런 나무숲이었는데요.

이곳은 도로 확장공사가 진행되다 임시 중단된 제주 비자림로입니다.

공사가 중단한 다음 날,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김킴/송당리 주민 : 황당하죠. 구좌읍에 오랫동안 살면서 이 길이 막힌다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고석훈/송당리 주민 : 렌트카부터 해가지고 주차장을 방불케해가지고. 지역주민은 환경 파괴하는 몰지각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거는 억울하다.]

제주에서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곳은 비자림만이 아닙니다.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세화리 다랑쉬오름 앞입니다.

인근 부지는 이미 유럽풍 타운하우스 건립을 위해 다져진 상태입니다.

다랑쉬 오름 앞에 이 풀숲 공터는 테마관광을 표방한 제주 이탈리아 마을을 만드는 것으로, 지난해 제주시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권정은/인근 주민 : 다랑쉬마을은 거기 자체로도 경관이 아름답고 손대지 않은 마을인데. 다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죠. '또 저기 (개발된다)']

세계적인 습지 주변인 구좌읍 동복리는 사파리월드 개발 사업으로 주민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구좌읍 제주 사파리 월드 예정부지 안에는 이렇게 작은 습지가 여러 곳 있습니다.

이 위를 가득 채워 자라난 것은 순채라는 이름의 멸종위기 식물입니다.

이 풀숲 너머에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도 있습니다.

[오중배/선흘리(동백동산 마을) 이장 : 분뇨 섞인 물들이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다 땅으로 내려가잖아요. 또 코끼리 사자 이런 동물들 키우고 이러면 나무뿌리 같은 게 남아나지 않잖아요.]

제주도가 지난달 이 사업에 재심의 결정을 내리자 이번에는 사업을 추진하던 마을 주민들이 반발에 나섰습니다.

[김병수/동복리 이장 : (제주도가) 힘이 있는 단체나 힘이 있는 기업한테는 (허가)하고 저희 같은 마을은 아무 문제가 안 되는 지역을.]

해안가 짓다 만 회색 건물들이 흉물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공기업인 JDC가 공원을 조성하겠다며 허가받아 추진하던 제주예래휴양단지입니다.

하지만 실제 공사는 호텔 등 수익용 시설을 짓는 위주로 진행됐고, 2015년 허가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로 공사는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강민철/예래휴양단지 전 토지주 : 국가공기업이 도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겁니다. (토지를) 낮게 사가지고 공적인 개발 안 하고 이런 이상한 개발을 했지 않습니까.]

주민들은 이미 개발로 훼손된 자연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고 안타까워합니다.

[김기현/예래동 주민 : 원상복귀요? 절대 가능 안합니다. 시작해 놓으면 절대 반환은 안 돼요.]

전문가들은 환경과 공존을 강조하는 제주도가 정작 난개발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태일 교수/제주대 건축학과 :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거는 하나도 평가를 안 하고 그냥 좁으니까 길을 뚫어야 된다는 가치로 보는, 그거는 전형적인 난개발이거든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

제주도가 내세우는 도의 미래비전입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그만큼 되돌리기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취재지원 : 송하린)

윤재영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