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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남 "협의해 가야 한다"vs 북 "날짜 다 돼 있다", 정상회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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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을 마친 13일 오후 남북 수석대표가 정상회담 날짜를 놓고 다른 어조로 얘기했다.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 말 안 했다”며 “날짜 다 돼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궁금해야 취재할 맛이 있지”라는 말도 했다. 그는 “(정상회담 날짜는) 9월 안에 있다”고 거듭 말했다.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인 9ㆍ9절이 회담 일정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는 “9월 안에 진행된다. 날짜도 다 돼 있다”고만 답했다. 반면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날짜와 관련해서는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잠정적인 회담 날짜는 없다고 보면 되는가’라는 질문엔 “협의해야 한다”고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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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단장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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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날 고위급회담에선 5차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전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남북 고위급회담에서 4ㆍ27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 시기, 장소, 방북단 규모 등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북 간에 이미 물밑 사전 협의가 진행됐음을 뜻한다. 하지만 이날 남북이 날짜를 확정 발표하지 않음에 따라 남북 모두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정부가 염두에 둔 정상회담 일자는 ‘8월 말∼9월 초’였다.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의를 남북 정상회담으로 돌파하는 국면전환형 회담을 추진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도 지난 판문점선언 때 10월을 염두에 뒀던 ‘가을 방북 정상회담’ 합의를 앞당기는 데 대해 반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9ㆍ9절을 앞두고 정상회담으로 국내외에 정권의 성과를 보여주려던 목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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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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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 정부가 평양 9·9절 행사 때 국제사회가 참석하는 데 대해 비판적이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4일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연설 때 “미국이 올해 9월 공화국 창건 70돌 경축행사에 다른 나라들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지 말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9ㆍ9절에 임박해 정상회담을 할 경우 국내 보수층의 반발과 외교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정상회담을 위해선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데다 국내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음달 11일 이후에 열리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11일부터 13일까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동방경제포럼이 예정돼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행사를 주관한다. 또 18일부터는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가 열린다. 북ㆍ미가 비핵화를 놓고 돌파구를 만들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엔 총회에 참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외교가에서 돈 지 오래다. 익명을 요구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남북 정상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9ㆍ9절 이후와 유엔 총회 사이인 다음달 셋째 주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남북은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추후 실무협의를 통해 확정키로 했다.

일각에서 남북 정상회담 일자는 북ㆍ미 접촉과 연계돼 있다는 추론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같은 미국 당국자들이 방북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게 한ㆍ미 관계, 북ㆍ미 협의를 감안한 수순이니만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김정은 위원장 면담을 먼저 성사시킨 뒤 이후 남북 정상회담 일자를 확정 발표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남북 정상회담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독려하기 위한 징검다리 회담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뉴욕 유엔 총회를 방문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을 뜻한다.

그러나 이번엔 올 들어 열린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북ㆍ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였던 데다 종전선언을 놓고 중국이 개입을 선언해 외부 여건이 더 복잡해졌다. 남북이 합의하고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던 구도에서 중국까지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됐음을 뜻한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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