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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여론 뭇매에…국회 결국 `특활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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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회동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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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3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교섭단체 대표 회동에서 국회 교섭단체 특수활동비(특활비) 폐지에 합의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이 지난 8일 '특활비를 유지하되 양성화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특활비 개선안을 내놓은 것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뒤늦게 특활비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여야가 폐지를 합의한 특활비는 국회 전체 특활비가 아니라 교섭단체에 배정되는 특활비다. 의장단이나 상임위원회에서 사용되는 특활비에 대한 대책은 오는 16일 문 의장이 따로 발표할 예정이다.

문 의장은 "의정사에 남을 쾌거의 결단을 내렸다"며 "어떻게 완벽한 제도화로 마무리 짓느냐와 관련해 원내 교섭단체 합의 이상의 국회 차원 결정을 빠른 시간 안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예산 폐지는 물론 올해 7월부터 미수령 중에 있는 특활비 역시 이후에도 받지 않겠다"며 "'특활비는 폐지한다'고 줄곧 말씀드렸고 이미 수령을 중단한 상황이다. 다만 국회 운영을 책임지는 제1당으로서 당장 정기국회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에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특활비 폐지에 따른 구체적 제도 개선 방안은 국회의장에게 일임했다"며 "어떤 경우든 특활비를 지급받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국가정보원, 청와대, 검찰, 경찰 등 특활비를 주로 사용하는 기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제도 개선을 이뤄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올해 국회 특활비는 6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날 여야가 폐지에 합의한 특활비는 교섭단체 특활비, 의장단 특활비, 상임위원회 특활비 가운데 교섭단체 특활비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늘(13일) 발표한 것은 교섭단체 특활비 폐지"라며 "의장단과 상임위원회에서 사용하는 특활비는 문 의장이 논의를 주도해서 16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국회 특활비는 교섭단체·의장단·상임위가 각각 3분의 1씩 사용한다.

국회 특활비 폐지의 첫걸음을 떼기는 했지만 여론에 등 떠밀려 내린 결단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난 8일 영수증 처리를 핵심으로 한 특활비 투명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특활비 예산 중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특활비를 폐지하고, 내년부터는 특활비를 업무추진비·일반수용비·기타운영비·특수목적 경비로 전환해 양성화한다는 것이 당시 민주당·한국당 개선안의 핵심이다.

이를 놓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 야당은 민주당·한국당을 겨냥해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챙기려 한다"며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특활비 양성화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소수 정당들의 반발까지 더해지자 민주당과 한국당도 '교섭단체 특활비 폐지'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 특활비는 대표적인 '국회 적폐'다. 폐지는 잘한 것이지만 거대 정당이 용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코너에 몰려 내린 결단"이라며 "특활비 말고도 국회 적폐를 고쳐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교섭단체 특활비를 폐지하고 개선 방안에 대해 여야가 문 의장에게 위임한 만큼 문 의장이 내놓는 특활비 개선안이 최종 성적표를 결정할 전망이다.

지난달 9일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국회 특활비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도 개선'과 '폐지'가 각각 52.8%, 42.3%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개선의 필요성도 인정되는 만큼 명목과 용도를 바꿔서 정책 추진·입법 과정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회는 외부 기관의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 해외출장 심사를 위한 국외 활동 심사자문위원회 구성을 마쳤다고 밝혔다. 심사자문위는 모두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추천한 장철균 전 스위스 대사가 맡았고 하태윤 전 오사카 총영사, 진선미·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재옥·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심사자문위는 16일 첫 회의를 열어 지금까지 신고된 의원 국외 활동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문 의장은 지난달 30일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정례 회동에서 심사자문위 설치를 제안해 원내대표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번 자문위 구성은 그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정석환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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