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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TF초점] '지리멸렬' 특활비 감싸는 국회, 법정 싸움 계속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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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는 지난 9일 정보공개청구소송에 항소하며 법원의 '특활비 집행 내역 공개 명령'에 불복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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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시민단체 '특활비 법적 공방' 주요 쟁점 3가지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특수활동비의 존립 근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국회가 이를 포기하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9일 변호인을 통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사용된 국회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예비금의 세부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한 것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이번 항소는 특활비에 국한된 소송이 아니라 예비금과 업무추진비 등 다른 비용이 걸려 있어 종합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법원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거부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3심 제도하에서 법원의 판단을 더 듣고 싶은 것"이라 설명했다.

관계자는 "과거 내역이 공개됐다고 현재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현역 국회의원과 관련된 만큼 현재 안보와 공익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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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특활비가 기밀 사안에 관련된 예산인 만큼 집행 내역을 공개할 때 국익을 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지난달 5일 발표한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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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시 국익 해할 우려" vs "공익적 의미 퇴색된 지 오래"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국회를 포함해 국가정보원, 국방부, 검찰 등 정부 각 부처가 지원받아 사용한다. 이때 업무추진비나 기타 운영비로 집행할 수 있는 경비는 특활비로 집행할 수 없다.

특활비는 원칙적으로 영수증 등을 제출해야 한다. 신용카드 영수증이나 지급일자와 지급목적 등을 명시한 관계 공무원의 영수증, 현금으로 지급 시 수령자의 영수증과 함께 지급 일자나 지급 금액이 기재된 집행내용확인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용처를 밝혔을 때 기밀 사안 같은 집행 목적에 지장을 준다면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특활비는 '깜깜이 예산'으로 사용돼왔다.

국회는 지난 3년간 이어졌던 '2011년~2013년 국회 특활비 세부 지출 내역 공개' 관련 소송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로 정보 비공개를 주장해왔다. "국가안전 보장이나 국방·외교 관계 등 중대한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고,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거 내역이 공개됐다고 현재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2016년 정보는 현역 국회의원과 관련된 만큼 현재 안보와 공익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2011년~2013년 국회 특활비 세부 지출 내역 공개 소송을 제기했던 참여연대 측에서는 "국회는 법정에서도 줄곧 같은 말을 반복했지만, 실제 공개된 집행내역 중 국회가 주장하는 '중요 목적'으로 사용된 특활비는 없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6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특활비 집행 내역 중에는 기존에 편성된 다른 예산 항목과 중복되거나 의원 품위 유지 명목이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사용 특활비중 60억 원 이상이 농협은행(급여성 경비)이라는 정체불명 수령인을 통해 지급됐고, 국회의장은 관련 예산이 배정돼 있음에도 해외 순방에 갈 때마다 특활비로 현금 5~6만 달러(한화로 약 5700만 원~6780만 원)를 따로 받아 사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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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보공개청구소송 원고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국회가 먼저 투명해지고 입법 활동을 통해 다른 기관의 특수활동비 또한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모습.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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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전적 비용만큼 사회적 비용 또한 중요" vs "혈세로 소송 진행…공개하는 게 공익적"

국회가 2015년 이후 정보공개소송에서 사용한 변호사 비용은 약 3300만 원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지난 3일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정보공개청구에 따라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내용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변호사 비용으로 2015년 1건에 대해 1100만 원, 2017년 3건에 1320만 원, 2018년 3건에 880만 원을 지출했다.

국회가 이번에 항소를 제기한 정부공개 청구소송 역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국회는 소송비용을 최소한으로 하되 금전적 비용만큼 사회적 비용 역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비용적인 부분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 최소한의 비용이 들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정보가 공개됐을 때 공익에 미치는 영향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무의미한 세금 낭비"라고 반박했다. 앞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여러 차례 있었기에 패소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국회가 세금을 들여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주장이다. 하 대표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회는 지금까지 계속 세금으로 소송을 벌여왔다. 패소했을 때는 원고의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야 한다. 그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공개를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의도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국회는 특활비뿐 아니라 예비금과 업무추진비가 함께 있어 공개가 꺼려진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특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만 부분항소할 수도 있다"며 "예비금이나 업무추진비도 앞서 대법원에서 공개하라는 판결이 났던 항목이기에 사실상 무의미한 해명이다"고 꼬집었다.

또, 국회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국정원, 대법원 등 다른 기관의 특활비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공적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 대표는 "입법권 행사를 통해 다른 기관들을 투명하게 해도 모자랄 국회가 법치 국가에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면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게 억울하다면 국회부터 정보를 공개하고 투명해진 뒤 관련 법안을 강화해 다른 기관의 특활비 문제를 해결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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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특활비의 투명성을 강조하되 폐지하지 않는 노선을 택했다. 사진은 참여연대가 지난 7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 앞에서 특수활동비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연 모습. /이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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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투명한 처리 하겠다" vs "투명한 특활비, 존립할 이유 없어"

일각에서는 국회사무처의 항소가 '특활비 폐지를 막기 위한 시간 벌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도 개선 과정은 해당 항소와는 완전히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다"며 "항소는 법원의 판결을 조금 더 받아보겠다는 것이고, 특활비 개선안 모색은 원내대표가 회동하는 등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특활비 제도 개선은 지연됐다. 지난 8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사용 과정의 투명성만 보장된다면 특활비를 쓰는 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국회 운영위 산하 제도개선 소위에서 내년 개선안을 결정하되 올해는 영수증 첨부 조건만 추가해서 기존과 같이 사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국회 사무처와 양당 모두 특활비 폐지보다는 투명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투명성 여부와 상관없이 특활비의 존재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굳이 비용을 들여 소송을 진행하면서까지 특활비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5일 "특수활동비는 어디에 썼는지를 밝히지 않는다. 따라서 특수활동비는 투명할 수 없다. 투명하게 되는 순간 존립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오유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특수 활동비는 기밀 사안에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비용"이라며 "실제 집행 내역을 보면 '기밀'도 아니었고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본래 취지에 모두 위반되는 것을 확인했으니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활비를 사후청구도 아닌 선지급으로, 제2의 월급처럼 받아 쓴 것이 핵심이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 즉 정해진 금액을 나눠 먹는 건 그대로 행하되 영수증만 보여주겠다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항소심 원고 세금도둑잡아라 측은 국회를 상대로 또 다른 법정 싸움을 준비 중이다. 해당 단체는 10일 "국회가 두 차례에 걸친 대법원판결을 무시하고 2014년 이후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을 비공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 밝혔다. 국가배상청구소송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식이 될 것이며 끝내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형법상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세금도둑잡아라 측은 국회 예산과 관련해 추가적인 정보공개청구를 예고했다. 국회가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특활비를 비롯한 정보 미공개를 고수한다면 관련 소송과 소송에 투입되는 비용 지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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