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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정부출연금 빼돌린 공기관 직원 민사책임도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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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진흥원 직원 등 연루 유령회사 세워 출연금 챙겨
징역 5년 등 유죄 확정판결 법원 "횡령금도 돌려줘야"


정부사업 수행업체 선정 등의 업무를 맡은 점을 악용, 수억원의 정부출연금을 빼돌린 공공기관 직원과 법인 등이 형사에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한국정보화진흥원(진흥원)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공연)과 FDF코리아 및 관계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FDF코리아 및 관계자 2명은 항공연에 2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출연금 몰아줘 덜미 잡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진흥원은 2013년 10월 항공연과 '방송통신융합 공공서비스 시범사업 협약'을 맺었다. 이는 당시 국가연구개발사업인 '방통융합공공서비스 활성화 기반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항공연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FDF코리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아이너지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였다.

진흥원은 협약에 따라 항공연에게 정부출연금 6억9000만원을 지급했다. 항공연은 이중 3억3000만원을 FDF코리아, 1억1000만원을 아이너지에 각각 보내줬다.

그러나 FDF코리아는 사실 진흥원의 직원이었던 A씨가 B씨와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였다. 그는 2011년 1월부터 이번 사업의 수행업체 선정, 사업관리 등의 업무를 맡게되자 자신이 세운 회사가 참여기관으로 선정되도록 했다.

A씨는 FDF코리아가 지급받은 정부출연금에서 1억1000만원을 B씨의 누나 명의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에 정상적인 용역대금으로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만들어 송금했고, 이 중 9000여만원을 빼돌렸다.

또 C씨와 공모해 아이너지에게 지급된 정부출연금 중 4000만원을 C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지급하도록 한 후,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모두 횡령했다.

이외에도 FDF코리아는 허위 직원들을 등록시켜 4500여만원의 인건비 지출내역을 조작했고, 보유하고 있지 않은 서버 등 7200만원 상당의 장비들을 보유한 것처럼 사업수행계획서를 꾸몄다. 항공연은 FDF코리아가 제출한 이 같은 지출내역을 그대로 승인해 정산을 마쳤다.

이들의 범행은 결국 덜미가 잡혀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A씨는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원 및 추징금 325만원, B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사업의 전담기관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2015년 4월 진흥원에 지급된 정부출연금 중 횡령 및 허위정산에 관련된 2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돌려달라고 통보했다.

■직접 관련자만 손해배상 책임 인정

이에 진흥원은 범행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FDF코리아, A씨와 B씨 등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해당 컨소시엄에 속한 업체들에게도 사업비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FDF코리아와 A씨, B씨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FDF코리아가 지급받은 정부출연금 중 9000여만원을, A씨는 아이너지가 지급받은 정부출연금 중 4000만원을 횡령함에 따라 진흥원이 관련 금액만큼 환수금 납부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A씨와 FDF코리아는 인건비 허위정산 및 허위 현물출자를 했다"며 진흥원이 입은 손해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항공연과 아이너지, B씨의 누나 등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항공연은 컨소시엄의 주관기관으로서 사업비의 관리 및 사용실적 보고, 부정행위 등 문제 발생시 전담기관에 통보 등의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면서도 "그러나 항공연이나 담당 직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책임에 어긋나게 사업비의 관리·감독을 게을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너지 측이 어떤 윕접한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B씨의 누나 역시 명목상 페이퍼컴퍼니의 대표에 불과할 뿐 횡령은 A씨와 B씨가 도맡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명의를 빌려준 것만으로 그 자체가 위법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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