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親文 이어 親盧…인연 레이스로 변한 與 당대표 선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재원 기자] [the300] 번뜩이던 공약들은 뒷전…"당 어른들이 줄세우기만 골몰"

머니투데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컷오프)에서 본선 진출이 확정된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왼쪽부터) 후보가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결전까지 2주를 남긴 집권여당의 당대표 선거가 '인연 레이스'로 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전직 대통령들까지 줄줄이 소환, 인연을 강조하며 표심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출마 당시 내걸었던 공약들은 먼지만 쌓인다.

시작은 친문(親文)이다. 전당대회 투표 지분이 40%에 달하는 권리당원의 대부분이 '친문' 권리당원인 탓에 문심(文心)을 잡기가 세 후보의 전략이었다. 모두가 친문이라고 주장하는 탓에, 진문(진짜 친문·眞文) 경쟁으로 격화했다.

송영길 후보는 지난달 24일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세 후보 중 내가 가장 친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친문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며 강조했다. 김진표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탈당을 요구했다. 이 지사에 호의적이지 않은 친문 진영의 주목을 끌었다.

이해찬 후보는 지난달 30일 당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친문은 의미가 없다"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 후보도 출마선언에 앞서 찾은 봉하마을에서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식사를 하는 등 이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시당 대의원대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됐다. 부산은 노 전 대통령이 학창시절을 보낸 곳(부산상업고등학교)이자 첫 국회의원 당선 지역구(부산 동구)로 정치적 고향이다. 인권변호사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활동한 지역 역시 부산이었다. 후보들은 친문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친노까지 사로잡으려 열변을 토했다.

송 후보는 "두 분(노무현·문재인)의 희생으로 동서화합의 길이 생겼다"면서 "1990년 1월 김대중과 호남을 고립시키기 위해 김영삼 총재가 3당 야합을 하던 날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던 청년 정치인이 노무현"이라고 강조했다.

영남 출신의 대통령과 호남 출신의 당대표가 조합을 이뤄야 동서화합이 이뤄진다고 선거 초기부터 주장해온 송 대표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김 후보도 노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키지 못한 마음의 빚이 있다"면서 "'‘제가 더 잘했어야 하는데'라는 자책과 회한이 정치를 하는 동안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그를 회상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을 역임했던 '친노' 이 후보는 "부산은 대한민국 경제의 발상지이자 원래 민주화의 성지"라며 "동지들의 헌신으로 드디어 3당 합당의 잔재를 뽑아냈다"며 노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이 과정에서 후보들이 내놨던 국정운영 공약과 당 혁신을 위한 비전들은 뒷전이다. 각 후보들은 선거 초반엔 경제혁신본부, 정책연구소 등 대선을 방불케 하는 공약전쟁을 벌였지만, 선거가 중반을 넘어서며 관심에서 멀어졌다.

후보들이 이같은 '인연 내세우기'에 몰두하는 이유는 본선에서 승패를 가를 변수가 권리당원의 표심이기 때문이다. 본선에서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가 반영된다. 일반 여론조사(10%)나 일반 당원(5%)의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권리당원의 표심을 잡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후보들의 인연 내세우기가 심화하면서 당 소속 의원들의 고심도 깊어진다. 나름의 계파를 형성한 4선 이상의 후보들이 줄세우기에 나서면서다. 특히 입지가 단단하지 않은 초선이나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 다음 총선에서의 불이익 등에 대한 우려로 고민만 깊어진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당의 어른들이 경쟁을 펼치며 후배들을 줄세우기나 하고 있다"며 "당의 통합과 혁신을 외치는 후보들이지만, 인연만 내세우면서 당을 이리저리 갈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원 기자 jaygo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