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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휘청이던 농산물 펀드, 폭염이 살렸다…한달 수익률 5%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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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내 이어진 온화한 기후에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하락하던 ‘농산물펀드’가 폭염 속에 기사회생하고 있다.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밀 등 농산물 수확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다만 농산물펀드는 기후 변동에 취약하고 국제 정세 영향도 많이 받는 투자처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일 기준 농산물펀드의 한달 평균수익률은 5.19%로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43개 테마펀드 중 가장 높았다. 농산물펀드는 소맥(밀), 대두, 콩, 옥수수 등 농산물에 투자하는 펀드다. 계절과 기후변화 같은 요인으로 공급이 줄거나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도 상승한다. 정확히는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지만, 되도록이면 시세에 연동되게끔 운용한다.

상품별로는 ‘삼성KODEX3대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이 한달 동안 7.54%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 ‘신한BNPP포커스농산물증권자투자신탁’,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지수특별자산투자신탁’의 수익률은 각각 6.33%, 3.81%, 3.68%였다.

수익률이 살아난 이유는 폭염이다.

조선비즈

조선DB




최근 로이터통신은 “40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먹거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밀을 포함한 곡물과 채소의 수확량이 줄고 가격은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증권 상품선물팀 관계자는 “세계 주요 경작지에서 기상 악화 현상이 발생했다”며 “소맥(밀) 선물이 급등하며 3년만에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밀은 주요 농산물 중 가장 더위에 취약한 농산물이다. 이 때문에 이번 폭염으로 인해 최대 피해가 예상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소맥 생산량이 5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미국보다 러시아, 유럽, 호주에서 기상 이슈가 부각됐는데, 이로 인해 미국 밀은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진 상태”라고 했다.

지난해 온화한 기후에 부진했던 농산물펀드는 올봄 미·중 무역분쟁이란 겹악재를 맞았다. 중국이 지난 5월 무역분쟁 와중에 미국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미국산 대두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두 생산지는 일리노이주, 아이오와주, 미네소타주, 네브래스카주, 아칸소주 등인데, 이곳은 대부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중국이 현실적 이유로 대두 수입을 줄이지 않고, 때마침 폭염으로 대두 가격이 오르면서 농산물 펀드 수익률이 살아났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폭염이 누그러지면 작황이 살아나 농산물펀드 수익률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엘니뇨현상(페루 인근 해수면온도 5도 상승) 등 이상기온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황영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겨울에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80%”라며 “겨울밀이 전체 미국 소맥 생산량의 60~70% 수준인데 엘니뇨의 영향으로 겨울밀이 작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폭염이 물러가고 선선해지면 농산물 펀드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홍다영 기자(h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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