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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직엔 "NO!"라고 외칠 괴짜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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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서 쓴 소리하는 집단 '레드팀', 중세 교회 '악마의 변호인'서 유래

취약점 파악해 조직을 발전시켜… "비판적 사고의 소유자가 적합"

조선일보
레드 팀

마이카 젠코 지음|강성실 옮김
스핑크스|392쪽|1만7000원



조선일보
레드 팀을 만들어라

브라이스 호프먼 지음|한정훈 옮김
토네이도|328쪽|1만6000원


제너럴 모터스(GM)사는 지난 2015년 점화 스위치에 결함이 있는 쉐보레 코발트 소형차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희생자에 대한 배상 등 6억 달러의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사건 조사 중 진행된 인터뷰에서 GM 직원들은 안전 문제 제기가 어렵도록 한 기업문화에 대해 진술했다. 직원들은 안전 문제를 제기할 때 용어를 순화하도록 훈련받았다. GM을 고소할 가능성이 있는 상대의 법무팀에 빌미 잡히지 않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런 언어 사용 습관은 안전과 보안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 왜곡하는 데에도 한몫했다.

'레드 팀(Red Team)'의 저자 마이카 젠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GM의 사례를 들면서 '레드 팀'의 부재가 문제라 지적한다. '레드 팀'이란 조직 내에서 쓴소리하는 집단을 뜻한다. 군대에서는 적의 입장에서 생각해 아군의 약점을 지적하는 팀을 이르기도 한다.

기원은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로마 가톨릭교회는 성인 추대 과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성인 추대 후보자의 덕행과 기적 등이 부풀려져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라 불리는 조사관 직책을 만들어 성인 추대에 반대 의견을 밝힐 사람을 지명했다. '레드 팀'이 정례적으로 활용된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레드 팀'이라는 용어가 정식으로 사용된 것은 냉전시대 미국 군대다. '레드'는 옛 소련을 상징하는 동시에 넓은 의미에서 '일반적인 적수' 또는 '적대적 관계'를 의미한다. '레드 팀'은 2000년대 들어 표준화되었으며 전략적 맹점을 파악하고 경쟁자의 반응을 모의 실험하여 취약점을 알아냄으로써 사업성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고방식이자 접근법 등을 뜻하게 되었다.

200여 명의 레드 팀 요원과 그 동료들을 인터뷰한 마이카 젠코는 레드 팀 운용 원칙을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레드 팀의 활동과 성과를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상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 군 사령관, 정부 기관 관료 혹은 기업 책임자가 되었든 레드 팀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조직원에게 그에 대한 동의를 표시해주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레드 팀 일원으로 적합할까? 스스로를 '괴짜'와 '기인'으로 표현하는 한편 권위와 통념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견지하는 비판적 사고의 소유자다. 또한 성공 지향적이어서는 안 된다. 입신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히 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이어야 한다. 저자는 "이미 승진할 만큼 승진하여 더 이상의 승진은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레드 팀'이 개설서라면 '레드 팀을 만들어라'는 실전·활용 편 같은 책이다. 저자인 브라이스 호프먼은 경제·경영 컨설턴트로 책 집필을 위해 민간인 최초로 미 육군의 엘리트 레드 팀 지도자 과정을 졸업했다. 2015년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새로운 회사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여러분은 그 동안의 안락함을 조금 불편하게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이유를 밝힌다. 호프먼은 "이것이 바로 레드 팀이 하는 일이다. 레드 팀은 당신의 계획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가정에 도전한다"고 썼다.

두 책 모두 경제·경영서로 분류되지만 '레드 팀'이 필요한 곳이 기업만은 아니다. 책들은 공통적으로 고위 관리들이 조직의 취약점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편향'을 지적한다. 이념 논쟁으로 연일 뜨거운 우리 사회, 소셜미디어의 편향된 의견과 한쪽으로 치우친 인터넷 댓글 같은 달콤한 이야기만 섭취하다 '쓴맛'을 보게 되는 날이면 '레드 팀' 저자의 이 충고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이 한 숙제를 스스로 점수 매기지 말라."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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