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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며 잡아올린 詩… "다음 생엔 쏘가리로 태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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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낚;詩―물속에서 건진 말들

이병철 지음|북레시피|244쪽|1만4000원


시인의 낚시는 '낚시(詩)'다. 낚시광으로 유명한 젊은 시인 이병철(34)씨가 전국의 물가에서 잡아올린 단상을 묶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낚시의 와중과 이후에 건져낸 감정의 조과(釣果)다. 시간만 나면 물고기처럼 떠도는 저자는 문인 낚시모임 '전조선문학가조사동맹' 멤버이자, 웹진 '월간 쏘가리' 필진이다.

여덟 살 때 붕어찜의 맛에 눈뜨고, 빠가사리 낚시 갔다가 교통사고로 대퇴골과 무릎이 박살 났던 기억이 책 곳곳에 물방울을 피워올린다.

쏘가리 낚시에서 루어를 바닥에 가라앉히고 천천히 릴을 감으며 물밑 지형을 파악하는 '바닥 읽기'를 설명하는 저자는 "내가 나의 바닥을 읽을 수만 있었다면, 당신의 바닥을 내가 볼 수 있었다면…" 비탄에 잠기다가도 "다음 생에는 쏘가리로 태어나야겠다"고 각오한다. "그 다음 생에 다시 낚시꾼으로 환생해 전생의 쏘가리 습성을 기억해낸다면, 아마 가는 곳마다 수십 마리 쏘가리를 잡을 수 있을 테니."

낚시와 인생의 은유, 인연에 얽힌 느슨한 상념이 뭔가를 물었을 때처럼 팽팽해지는 순간도 온다.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는 놓친 물고기"라는 진술이 전해오는 "놓친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내 살림망과 주머니와 옆구리는 늘 비어 있다"는 파동. "낚시는 물이 되지 못한 마음들을 반성하고 책망하는 일이다. 물처럼 살겠다는 다짐을 물 위에다 한 번 더 새겨보는 일이다."

저자는 다음 달 1일 독자들과 섬진강 일대로 1박2일 낚시를 떠난다. 이번엔 꺽지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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