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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스라엘, 25년전 ‘평화 상징’ 악어떼 골칫거리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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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요르단강 중심부인 웨스트뱅크에 있는 펫자엘 지역. 악어 떼 수십마리가 뭍에 나와 눈을 껌뻑였다. 악어 때문에 강은 마을 주민에게 기피대상이 됐다. 악어 떼를 찾는 이는 주인인 가디 비톤뿐이다. 비톤만 매일 죽은 닭고기를 던져주며 악어 떼를 지키고 있다. 악어 떼가 강을 탈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악어가 탈출해서 (여러 국가의 국경이 맞물린) 요르단강을 휘젓고 다닌다면 그건 국제사고입니다. 생각도 하기 싫어요.” 요르단강 지역 의회 책임자인 데이비드 엘하야니의 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 시각) ‘골칫덩이’ 펫자엘 악어촌(村) 이야기를 전했다. 이 악어 떼는 25년 전 ‘평화의 상징’이자 ‘관광의 야심작’이었다. 이스라엘은 1993년 팔레스타인과 ‘오슬로 협정’을 체결한 후,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펫자엘에 악어촌을 만들었다.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공존을 원칙으로 한 평화 협정이다. 협정 주역들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오슬로 협정은 실패로 끝났고, 관광객은 악어촌을 찾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세부 협상 과정에서 예루살렘 지위·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문제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하면서 오슬로 협정과 악어촌은 기억에서 잊혔다.

그 사이 악어 떼는 왕성하게 번식했다. 현재 펫자엘 악어촌에는 악어 떼 수백마리가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 번식 속도대로라면 악어 떼는 수천마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악어의 길이는 약 6미터, 무게는 1톤에 달한다. 이들은 75년 정도 살 수 있고 무는 힘은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맞먹는다.

조선일보

뭍에 나와 입을 벌리고 있는 악어 떼의 모습. /스카이뉴스


어쩌다 주인 비톤은 이 악어촌을 맡게 된 걸까. 사업가였던 비톤은 원래 악어가죽을 팔고자 펫자엘 악어촌을 사들였다. 그러나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이스라엘 정부가 2012년 악어를 보호 동물로 지정해 악어가죽과 고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비톤은 사업을 포기해야 했고 한순간에 악어 떼의 보호자 신세가 돼버렸다.

비톤은 악어 떼를 지중해 섬나라인 키프로스에 팔아치우려 했다. 그러나 키프로스 주민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악어 떼가 펫자엘 주민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2011년에 펫자엘 악어 떼 70여마리가 이곳을 탈출하기도 해 사흘 후에나 잡혔다. 이스라엘 공무원은 펫자엘 악어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무원들이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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