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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슈퍼리치 NOW] (19) 럭셔리 쉼터 ‘하나금융그룹 클럽원’ 30억 이상 자산가들 취향 제대로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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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갤러리, 북카페를 연상시키는 6층 라운지. 3000권의 장서와 고급 가구가 들어찬 휴식 공간이다. (사진 :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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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역 인근. 한전 부지 바로 건너편에 흰색 바탕에 올록볼록한 무늬를 한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차를 몰고 지하 2층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G바겐 등 대당 1억원 이상 최고급 수입차 경연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다. 마침 마세라티에서 내린 30대 남성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차를 좋아해 직접 주차하지만 바쁠 때는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얘기한다. 6층에서 8층 사이에서 주로 머무는데 꼭 금융 업무를 본다기보다는 휴식 공간으로 많이 활용한단다.

6층에서 함께 내렸다. 첫 방문이라 회사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초인종을 눌러야 했다. 반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인사는 지갑에서 골드카드를 꺼내더니 익숙하게 카드 인식기에 갖다대고는 유유히 실내로 들어간다. 잠시 문이 열릴 때 안쪽을 곁눈질해보니 별천지다. 잘 꾸며놓은 금융사 상담센터 정도겠거니 했는데 북카페를 연상시키듯 장서가 놓여 있고 소파며 테이블 역시 고급스럽다. 특급호텔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 가깝다고나 할까. 하나금융그룹의 복합점포 ‘클럽원’ 얘기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클럽원’은 자산 30억원 이상의 슈퍼리치 대상 전용 공간이다.

▶최고급 갤러리·북카페 연상

▷PB가 상담만으로 자산가 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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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KEB하나은행 클럽원 센터장.


“무조건 막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하게 금액 단위로 이용 자격 요건을 강제하지는 않지만 이용 고객의 최하 자산금액이 30억원 이상인 것은 맞습니다. 물론 잠재력 있는 고객도 상담은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전문 PB들이 일단 상담해보면 앞으로 계속 커갈 자산가인지, 허세꾼인지 금방 알아차립니다. 문을 열 때만 해도 자산운용액이 1조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올해 7월 말 기준 1조6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슈퍼리치 고객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났습니다.”

이재철 KEB하나은행 클럽원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 센터장 안내에 따라 6층 실내로 들어섰다. 웬만한 독서실 책상 크기만 한 사진책자가 눈길을 끈다. 미국 국회도서관 선정 ‘살아 있는 전설의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Annie Leibovitz)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의 ‘빅북(The DAVID HOCKNEY SUMO)’ 컬렉션이다. 유명인사 사진을 대형 책자에 담았는데 한정판이라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그 밖에도 미술, 건축, 디자인, 역사, 금융 등 각 분야별 장서가 약 3000권가량 빼곡히 벽면을 채우고 있다. 소파 배치는 폐쇄형 혹은 개방형으로 돼 있어 파묻혀 독서를 즐기려는 이들과 대화를 즐기는 이들이 서로 방해받지 않으면서 한 공간에서 어울릴 수 있다. 이 센터장이 벽면 한쪽으로 이끈다. 분명 벽장 같았는데 손으로 미니 비밀의 방처럼 스르륵 벽이 움직인다.

음악감상실이란다. 한 명 혹은 서너 명이 동시에 들어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슈퍼리치 사이에서는 가장 예약이 치열한 공간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흔히 그랜드 피아노 브랜드로만 알려진 ‘스타인웨이앤드선스(STEINWAY&SONS)’에서 이 공간에 맞춤형으로 스피커(7.1채널)를 설치했다고. 음악감상 시 현장음을 모두 잡아줄 정도의 고품격 음질을 구현했다. 방대한 양의 CD, 고가의 스크린까지 갖추고 있다 보니 도심 속 휴식을 취하기에는 그만이다.

한 층 올라가봤다.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는 작은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에그 의자’로 유명한 덴마크 디자인 회사 ‘프리츠 한센(Fritz Hansen)’의 다양한 한정판 제품이 눈길을 끈다. 각 층 전시공간은 해외 명품은 물론 국내 맞춤정장 브랜드 ‘레리치’ 등이 팝업스토어 형태로 입점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7층에 오르니 19세기 프랑스 시대 가스등이 켜진 거리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 나타난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개별 룸으로 구성돼 있는데 테마가 있는 상담실이다. 각방마다 권오상 작가의 모빌, 최성임 작가의 더 홀로 트리, 박윤경 작가의 하이퍼 네이처 등 유명 작가 작품이 걸려 있다. 아기자기한 방 하나에는 핀란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Iittala) 찻잔 컬렉션만 모아놓기도 했다. 여성 고객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인가.

“슈퍼리치는 과도한 접근과 친절을 오히려 싫어한다. 은근한 듯하지만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며 필요할 때 다가오는 것을 선호한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세세한 소프트웨어까지 차별화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고가 그림도 소장 가능한 전용금고, 상담실도 다양한 취향에 맞춰 구성했다. 여기서 단순 재테크뿐 아니라 M&A, 벤처투자, 법인 설립 등 다양한 사안을 협의한다. 그래서 이곳은 은행, 증권, 보험을 망라한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복합점포로 출범했다.”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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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층은 누구

▷연예인·벤처기업가도 눈길

주요 고객은 어떤 사람들일까.

거액 자산가(은퇴 사업자, 은퇴 공무원, 의사 등 전문가)는 기본. 여기에 더해 강남권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 신생 기업이 많다 보니 다른 PB센터와 달리 벤처기업가가 많다고. 이들은 따로 기사를 두지 않고 캐주얼 의상을 즐긴다고. 그 덕에 클럽원 분위기가 한층 화려하고 다양한 색깔이 나도록 하는 데 일조한다고 덧붙였다. 또 벤처기업가 고객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같은 테마 아래 다양한 투자 방안을 모색하는 등 다른 연령대 고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노출을 꺼려 하는 연예인이나 대규모 사업을 이끌다 엑시트(주식 매각)한 유명 사업가도 가끔씩 볼 수도 있단다.

워낙 다양한 슈퍼리치가 오가다 보니 투자 성향도 가지각색이다.

“30~40대는 스타트업 오너 혹은 벤처투자로 신흥 부자가 된 이들이 많은데 이들은 현재 사업에 몰두하면서 자산관리는 PB센터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어 하는 니즈가 강합니다. 또한 개인 자산관리뿐 아니라 해당 법인의 다양한 업무까지 맡기는 경향도 있습니다. 50대 중년 자산가들은 리스크 통제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씁니다. 크게 돈을 벌겠다기보다 적정하게 통제된 평균 수익률을 높이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세무, 법률, 부동산 상담 문의가 가장 많은 층이지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보니 해외 부동산 투어, 아트 투어 등 삼삼오오 짝을 지어 주제가 있는 테마여행을 즐기기도 하고요. 의외로 80대 이상 자산가도 꽤 되는데요. 이들은 다양한 문화 서비스 이용 외에도 상속 관련 사전 대비가 제일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세무·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면서 생전·유언신탁, 시니어타운 입주, 사업체 정리 등의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실제 실행에 옮기기도 하지요.”

8층은 각종 세미나, 설명회가 가능한 공간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분위기다. 와인, 위스키도 개인 저장고를 마련해줬고 간단한 쿠키도 제공된다.

“개인 소모임 등 모든 공간 이용은 사전예약이 필수입니다. 노출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동선이 읽히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입니다. VVIP 카드를 발급받으면 딱히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도심 속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권 덕분인지 슈퍼리치가 점점 더 몰리는 분위기입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0호 (2018.08.08~08.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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