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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박도제의 현장에서]20억원 vs 16만7000명…‘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의 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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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발표한 지난 7일 국민들의 온라인 의견 수렴 창구였던 ‘모두의 대입발언대’의 활동도 종료됐다. 지난 6월 21일 국민 의견을 받기 시작한 이후 2개월여 동안 치열하게 펼쳐진 여론전도 막을 내린 셈이다. 그 동안 이곳을 방문한 국민은 총 16만7000여명에 이르렀다. 1만2000건에 육박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앞서 진행된 전국 순회 ‘국민대토론회’와 TV토론회,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의 주제토론회와 전국 순회 ‘국민제안 열린마당’까지 감안하면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기울어진 셈이다. 과거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거쳤던 ‘공청회’에서 이렇게나 많은 국민들의 의견이 모아진 적은 없었다.

많은 관심이 모아졌고, 기대가 컸던 까닭일 것이다. 4가지 공론화 의제 가운데 하나를 결정하지 않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혈세 20억원을 낭비했고, 1년이 넘는 시간을 허송세월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분명한 결론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숙의 민주주의에서는 항상 ‘사이다’ 같은 결론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의 득실은 다양한 측면에서 차분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과정과 결과로 나눠 생각해보면, 4개월에 걸친 공론화 과정에 비해 ‘결과가 초라하다’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이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자료가 부족해 명확한 선발비율 정하는데 무리가 있었다”는 해명에도 그러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고 공론화 과정에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낸 성과까지도 의미없는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숙의 결과가 “어정쩡하다”는 평가와 관련해서도 따져볼 여지가 있다.

국가교육회의가 내린 결론은 ‘수능 전형 비율 확대’와 ‘상대평가 유지’로 요약된다. 수능 전형 비율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490명의 시민참여단도 인정한 셈이다.

사실 이 같은 결론만 하더라도 상당한 소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능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시파’와 학생부위주전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수시파’의 끝없는 대결 속에서 정시파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부에서는 구상하기 어려운 결론일 수 있다. 나아가 이 같은 결론은 향후 교육부가 발표한 최종 대입제도 개편안의 가이드라인 역할도 하게 된다.

앞서 진행된 교육부의 1호 정책숙려제 대상이던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 관련 공론화 진행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교육부는 ‘수상경력’을 삭제하는 시안을 제시했지만, 시민정책참여단은 이를 유지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과거 여론몰이식 공청회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돌고 돌아 ‘현행 유지’라는 비난도 억울한 점이 없지 않다. 새로운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정을 보류하고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책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도를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교육회의는 중장기적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와 같은 점진적 변화의 요구를 담은 것으로 이해된다.

이제 공은 다시금 교육부로 돌아갔다. 교육부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무한책임감’을 언급한 만큼 ‘작은 대한민국’이라 불리는 시민참여단의 공론화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종합적이고 분명한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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