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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대입 개편 돌고돌아 교육부로...공론화 절차 사실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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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2년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시전형 비율 확대를 요구했지만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혼란만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능 평가기준도 현행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비롯해 국가교육회의라는 의견 수렴 절차의 의미가 퇴색한 것으로 교육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돌고돌아 제자리 온 '대입개편'
국가교육회의는 7일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위주 정시전형 비율을 현행보다 확대할 것을 교육부에 권고했지만 정시확대 비중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국가교육회의는 공론조사 결과 시민참여단이 수능 위주 전형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각 대학이 놓인 상황과 신입생 선발방법 비율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민참여단 490명이 참여한 공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1.2%는 수능 위주 전형이 전체 선발인원의 '30% 이상 40% 미만', 27.2%는 '40% 이상 50% 미만'으로 늘어나는 게 적절하다고 답했다.

문제는 국가교육회의가 정시확대 비율을 명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단독으로 대학의 정시 비율 확대를 높일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만약 교육부가 정시확대 비율을 법령으로 정할 경우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정시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지금처럼 신입생 선발 방식을 대학 자율에 맡기되, 정부 재정지원사업 등을 통해 정시 확대를 유도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2019년도 기준 20%대 초반에 불과한 정시비중을 크게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쟁점인 수능 평가 기준도 현행 방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국가교육회의는 현행 평가 기준에 제2외국어와 한문과목에 대한 절대평가 도입, 향후 수능과목 구조에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포함될 경우에는 절대평가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는 중장기 과제로 분류하면서 사실상 문재인 정권 내 도입은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예산·시간 낭비하고 결론 못내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 방침을 백지화하고 대입개편을 2022학년도로 미뤘다. 이후 지난 4월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대입개편 권한을 넘겼고, 국가교육회의는 대입개편 특위, 대입개편 공론화위, 시민참여단 순으로 4개월간 다단계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예산은 약 2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좋은교사운동은 "국가교육회의가 의결한 대학입시제도 개편 권고안은 지난해 대입 개편을 1년 유예한 수준에서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며 "1년의 시간을 보내고 20억이 넘은 예산을 들여 고작 정시비율을 조금 확대하는 방안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 4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론조사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은 의제 1안을 채택하지 않고, 사실상 의제 3안을 추진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공론조사에서는 4가지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1안(수능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과 2안(수능 절대평가)이 각각 평점 1, 2위를 기록했다.

수능·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전형 간의 균형을 주장한 4안과 사실상 현행 유지를 주장한 3안의 지지도가 뒤를 이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시민참여단으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의제 1안을 배제하고 사실상 의제 3안을 채택한 것은 아무도 납득할 수 없는 독단적 결정으로서 정시확대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분통를 터뜨렸다.

한편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수능 과목구조, EBS연계율 등 세부 사항을 조정해 이달 말께 종합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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