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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샴페인계 롤스로이스' 크루그 6대손이 말하는 명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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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프레스티지 샴페인 브랜드 '크루그'의 6대손 올리비에 크루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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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계의 롤스로이스’로 통하는 크루그(Krug)의 창립자 조셉 크루그의 꿈은 ‘매년 달라지는 기후와 상관없이 해마다 최상의 샴페인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크루그는 매년 10여 가지 빈티지 와인과 그 해 포도로 만든 120여 가지 베이스 와인을 블렌딩한 다음 6년 이상 숙성시켜 논빈티지 샴페인 ‘그랑 퀴베’(‘프레스티지 퀴베’와 같은 의미)를 만들고 있다. 2013년부터는 매년 새로운 샴페인이 만들어지면 유명 음악가를 초빙해 그 샴페인과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케 했다. 또 감자·달걀 등 한 가지 식재료를 정해 전 세계에서 크루그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셰프들로 하여금 샴페인에 어울리는 레시피를 만들게 했다. 올해의 그랑 퀴베 크루그와 어울리는 음악·음식을 함께 즐기는 이 특별한 페어링 프로젝트의 이름은 ‘크루그와의 조우(Krug Encounter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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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진행되는 '크루그와의 조우' 프로젝트. 올해의 크루그 샴페인과 어울리는 음악,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게 주요 내용이다. 2018 주제는 '크루그 X 생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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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올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조셉 크루그의 6대손 올리비에 크루그가 방한했다. 그는 1999년 크루그가 모엣 헤네시(MH)에 인수합병된 후 하우스 디렉터로 샴페인 메이킹과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올해의 식재료는 ‘생선’이었다. 올리비에 크루그는 7월 18일 복합 문화공간 오드포트,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레스쁘아 뒤 이부 등 총 3곳에서 ‘크루그와 음악, 그리고 음식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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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크루그 X 생선' 프로젝트에 참여한 권우중(왼쪽) 셰프와 임기학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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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와의 조우’ 행사가 전하는 메시지는 뭔가.

“크루그의 핵심 가치인 ‘감성과 감각’이다. 전문 지식이 없어도 감각을 통해 좋은 음악임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음식도, 크루그도 감성과 감각으로 즐겼으면 한다. 또 다른 메시지는 디테일의 우수성이다. 최고의 음식·음악·샴페인에는 뛰어난 디테일이 숨어 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좋은 재료다. 좋은 재료 없이는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고, 능숙한 연주자 없이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요소 없이는 훌륭한 샴페인을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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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가 매년 진행하는 '크루그와의 조우' 프로젝트는 한 가지 식재료를 정해 샴페인과 어울리는 레시피를 만들고 음악과 함께 즐기는 내용이다. 올해의 식재료는 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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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의 자랑인 ‘그랑 퀴베’란.

“크루그 그랑 퀴베는 매년 재창조되는 최초의 프레스티지 샴페인이다. 매년 새로운 블렌드가 생성된다. CD를 예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15유로짜리 CD로는 항상 똑같은 음악을 들을 뿐이다. 하지만 250유로짜리 라이브 투란도트 오페라를 보러 간다면 그때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가문에서 유일하게 샴페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남자형제 셋, 여자형제 하나가 있는데 기자도 있고 의사도 있고, 우린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나의 출발점은 크루그였다. 1990년대 초반 아버지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내게 일본 근무를 권했다. 당시 일본은 규모가 무척 작은 시장이었지만 아버지는 가능성을 봤고, 나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일본은 크루그의 세계 1위 시장이 됐다. 그 놀라운 변화를 체험하는 일이 나는 즐거웠다.”

-흔히 말하는 ‘로열패밀리’다. 한국에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표현하는데, 특별한 경험들을 했을 것 같다.

“나는 랭스에서 크루그 샴페인 한 모금을 물고 태어났다. 하하. 아버지는 내게 크루그 가문의 일원임을 강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당연히 특별한 혜택을 받은 적도 없다. 경영대학원 졸업 후 내가 처음 일자리를 얻었을 때도 ‘계약서에 사인했니? 나도 제안하고 싶은 일자리가 하나 있는데’라고 하셨고 이게 내가 크루그에서 일하게 된 이유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나름의 교육방식으로 나를 훈련시켰던 것 같다.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영국의 어느 샴페인 바에서 바텐더로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했고, 10대 시절에는 물류창고에서 여름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했다. 그곳에 근무하는 분이 언제나 내게 물었다. ‘올리비에, 이 샴페인 맛 좀 테스트 해 주겠어?’ 테이스팅 하는 방법도 몰랐지만 여러 종류의 샴페인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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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크루그 X 생선' 프로젝트 중 레스쁘아 뒤 이부 레스토랑의 임기학 셰프가 만든 요리 '팬프라이한 금태와 부야베스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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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전략을 준비한다.

“크루그는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샴페인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언제나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뿐. 6주 후면 올해의 수확 작업이 시작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향후 25년 동안 크루그 애호가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린 이미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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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크루그 X 생선' 프로젝트 중 웨스틴조선 호텔 '스시조' 한석원 셰프가 만든 요리 '로브스터 내장 소스를 곁들인 동해산 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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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샴페인 중 어느 것을 먼저 먹을까.

“나라면 샴페인을 먼저 마시겠다.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신 다음, 눈을 감고 크루그가 전하는 음악을 들어보기 바란다. 그 다음 음식을 즐겨보라. ‘이건 샤도네이, 이건 피노 누아’ 하는 식의 분석은 필요 없다. 샴페인은 ‘즐거움을 주는 술’이다. 핵심은 지식이 아닌 감성이다. 자동차의 엔진을 굳이 열지 않아도 차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는 것처럼, 예쁘다는 이유로 샴페인을 사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 어쩜 이런 맛이 나죠?’ 바로 이 느낌 때문에 샴페인을 마시는 거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크루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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