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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바다에서 '양식장 프랜차이즈' 꿈꾸는 통영 귀어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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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중화양식 조석현 대표(오른쪽)가 귀어학교 실습생 김태현씨에게 양식장에서 사료 주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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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의 온도가 높거나 적조가 생길 때에는 사료의 양을 적게 줘야 해.” 중화양식 조석현(47)대표가 양식장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간다.

수온과 물고기 먹이가 무슨 관계가 있냐는 실습생 김태현(37)씨의 질문이 나오자 조 대표는 "물고기는 소화를 시키는데 산소가 많이 필요한데 수온이 높거나 적조 때는 산소량이 부족하니 오히려 사료를 적게 주거나 아예 안 주는 것"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6일 경남 통영시 산양면 중화마을에 있는 가두리양식장에서는 조 대표와 김씨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 6월 22일 국내 최초로 통영시 경상대 해양과학대학에 문을 연 ‘귀어학교’ 1기 신입생이다. 4주간 대학 내 생활관에서 숙식하며 물고기를 잡거나 기르는 법, 가공과 유통 등 수산업에 대한 이론교육을 마친 뒤 지난달 23일부터 현장 실습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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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로부터 양식장 관리에 관련한 실습을 받고 있는 귀어학교 실습생 김태현씨(앞쪽).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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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남 통영시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에서 열린 '경상남도 귀어학교' 현판 제막식 모습. [사진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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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서 인생 2막 열겠다는 꿈 외에 살아온 길 모두 달라
김 씨와 같이 수업을 듣는 귀어학교 학생은 21명이다. 연령대는 25~64세로 다양하다. 대학원 졸업생·사업가·은퇴자 등 경력도 상이하다. 도시에서 생활하다 수산업으로 인생 2막을 열겠다며 도전에 나섰다는 공통점 외엔 살아온 길이 천양지차다. 이들은 앞으로 어업·양식업·가공·유통 등 분야별 선도 어가에서 3주간 현장 체험실습을 한다. 또 귀어 전문가에게 심화 교육(1주간)도 받는다.

김 씨가 실습을 나온 양식장은 조 대표가 고향 선·후배 14명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조 대표는 부산대 기계공학부를 나와 어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해왔다. 서울의 IT 회사를 거쳐 10여년간 부산에서 스마트폰 앱 개발회사를 운영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귀향한 통영을 오가면서 수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2015년부터 2년간 양식장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부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조 대표는 “그동안 제가 배운 IT 관련 노하우를 수산업에 접목하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귀어를 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양식장은 돌돔과 볼락 등 20만 마리를 양식해 한해 2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사료 등 각종 경비를 제하고 15명이 한해 1억원 정도씩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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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귀어학교 실습생 김태현씨가 장충식 귀어학교 교장(오른쪽)과 양식장 관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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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조 대표의 중학교 후배다. 김씨도 부산 동서대 디지털 콘텐츠학과 석사를 졸업한 뒤 연구원으로 일하다 2016년 통영으로 왔다. 조 대표가 자동화된 양식장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권유하면서다. 김씨는 조 대표와 IT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된 양식장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좀 더 현장에 대한 실무를 배우기 위해 귀어학교에 입학했다. 김씨는 “현재 어장 내·외부에 CCTV를 설치한 뒤 원격으로 사료를 주는 등 육지에서 사무실 컴퓨터를 활용해 어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귀어학교에서 수산업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체계적으로 배우니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개발할지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씨와 함께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면 이 시스템을 다른 양식장에 보급하는 이른바 프랜차이즈 사업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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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귀어학교 실습생 백성훈(41·오른쪽 제일 앞) 씨와 김건우(42 ·왼쪽 제일 앞) 씨가 경남 거제시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대구를 손질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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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귀어학교 실습생 백성훈(41·왼쪽) 씨와 김건우(42·왼쪽 두 번째) 씨가 경남 거제시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대구를 손질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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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정착 자금 최대 3억원 지원 받을 수 있어
같은 날 거제시 사등면에 있는 거제수협 수산물종합가공공장. 이곳은 생선을 손질해 학교나 군에 납품하는 업체다. 이 업체에는 귀어학교 백성훈(41)·김건우(42)씨가 실습을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은 향후 수산물 가공·유통 쪽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씨는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니 어업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앞으로 함께 수산업을 할 동지까지 얻어 꿈이 좀 더 빨리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론과 실무까지 배우면서 자신감이 커졌다”며 “하지만 졸업이 다가오면서 많은 교육생이 수억 원에 달하는 초기 창업 자본을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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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인평동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 내에 설치된 ‘귀어학교' 모습.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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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귀어인의 정착을 돕는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귀어 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이다. 총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확보하면 대출 자격이 된다. 심사를 통과하면 창업은 최대 3억원, 주택은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귀어학교 교육 이수(30점), 귀어 인원수(10점), 어촌 거주(10점), 정착의욕(10점), 경영규모(20점), 사업 계획의 적정성(20점) 등이 평가 항목이다. 해수부 어촌어항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가족 동반으로 어촌으로 와 교육까지 이수하면 60점을 넘겨 자격 요건은 된다”며 “사업 계획 등 실현 가능성 따라 지원 금액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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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남 통영 경상대학교에서 열린 '경상남도 귀어학교' 개교식과 입학식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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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식 귀어학교 교장은 “수산업은 육체적으로 고되지만,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정부 지원을 받아 도전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영=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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