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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美정부, 팔레스타인난민기구 와해 추진…트럼프 사위가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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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 쿠슈너 이메일 입수해 보도…팔레스타인 "미국의 음모" 반발

연합뉴스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미국 정부가 세계 각지에 흩어진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지원하는 유엔 기구인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의 해체를 은밀히 추진해왔다고 미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주도하는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 보좌관으로 FP는 쿠슈너 보좌관이 내부 인사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입수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FP에 따르면 쿠슈너 보좌관은 지난해 1월 11일 자로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국제협상 특사 등 여러 고위 관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UNRWA를 분열시키기 위해 정직하고 진실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이 기구(UNRWA)는 현상을 영구화시킨다"면서 "부패하고 비효율적이며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등 UNRWA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쿠슈너 보좌관은 "있던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우리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면서 "때로는 전략적으로 깨뜨리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도 말했다.

유대인 출신인 쿠슈너 보좌관은 백악관 내에서 중동 평화 협상 문제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린블랫 특사와 지난해 6월 요르단을 방문했을 때에도 요르단 관리들에게 '요르단 내 약 20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 지위를 박탈해 UNRWA가 그곳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UNRWA에 대한 쿠슈너 보좌관의 이같은 시각은 미국 내 많은 이스라엘 지지자들의 주장과 대동소이하다.

이들은 UNRWA가 난민 문제를 인위적으로 이슈화함으로써 난민들에게 언젠가는 자신들의 영토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부추기는 국제 기반시설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비평가들은 특히 70년 전 영국 위임 통치령을 피해 탈출한 팔레스타인 난민뿐 아니라 그 후손들에게까지도 난민 지위를 그대로 부여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에 흩어진 팔레스타인 난민은 약 500만명에 이른다.

이스라엘 정부도 같은 주장을 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월 7일 열린 내각 회의에서 "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영구적으로 만드는 조직"이라며 UNRWA가 지원하는 난민은 '허위 난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정부는 유엔 회원국 가운데 UNRWA의 최대 지원국으로, 2016년 기준 3억5천500만 달러(약 4천억원)를 지원했다. 이는 UNRWA 예산의 약 30%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의 친(親) 이스라엘 행보가 노골화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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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예루살렘 미 대사관 이전식에서 연설하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6일 팔레스타인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고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로 해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UNRWA에 대한 미국의 막대한 원조 규모도 문제 삼았다.

그는 지난 1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팔레스타인에 연간 수억달러씩 지불하지만 감사나 존경을 받지 못한다. 더는 평화를 이야기할 의사가 없는 팔레스타인에 우리가 왜 막대한 미래 지불액을 줘야 하나"며 반감을 표출했다.

이는 실제 미국의 원조 삭감으로 이어졌다.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나온 지 며칠 뒤 UNRWA에 보낸 서한에서 올해 UNRWA에 지원할 예정이던 1억2천500만 달러 가운데 6천500만 달러를 집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FP는 UNRWA 해체를 겨냥한 쿠슈너 보좌관의 계획은 팔레스타인 난민 지위를 박탈하고 이 문제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보도가 전해지자 팔레스타인은 즉각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4일 성명에서 미국의 계획을 '음모'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투지와 우리 국민의 견고함이 팔레스타인 조직을 제거하려는 모든 음모를 저지시킬 것"이라며 "난민 문제는 최종 지위 문제로, 오직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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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EPA=연합뉴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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