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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편의점 점주가 되면 느끼는 쏠쏠한 재미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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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인생환승샷(39) 교사에서 편의점 점주로, 위동환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중앙일보

가을 대운동회때 전교어린이회 회장과 50m 달리기를 뛰었다. 이길 줄 알았는데 완패. [사진 위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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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약 4시간 배를 타고 가야 하는 풍광 좋은 섬마을에서 근무한 4년 동안 총각 선생님의 경험은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최고의 추억이다.

리(里) 소재지 학교에서 축구를 가르쳐 교육청 대회 우승을 하였고, 면(面) 소재지 학교에서 합창부를 만들어 5년 동안 아이들과 합창을 하기도 했고, 읍(邑) 지역의 학교에서 여자 배구부를 맡아 소년체전 도 대표로 선발되었던 기쁨과 감격도 있었다.

그 후 서울시에 전입해 교직의 꽃이라는 교감, 교장이 되었다. 한국교총의 정책자문위원, 시민논객 등으로 활동했던 그 시절이 내 생애의 최고의 절정기였다.

대한민국의 31만 교원 중 도서, 벽지, 리 소재지, 면 소재지, 읍 소재지, 시 소재지, 서울시에서 근무한 교원은 유일하게 나 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42년 6개월, 1만5510일의 생기 찬 날들을 보내다가 2012년 9월 용산구 모 초등학교에서 정년을 맞이했다.

가족으로는 아내와 남매가 있다. 딸은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딸 없는 부모는 박복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실감 나게 알려 줄 정도로 매사에 심봉사 딸 심청이처럼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려준다.

딸이 결혼해 외손자를 낳았는데 아내는 외손자 돌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나와 함께 여행도 가지 못한다고 투정 섞인 불평으로 나와 딸을 닦달하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다.

중앙일보

캥거루족 아들과 아르바이트생 1명과 함께 시작한 편의점 매장에서. [사진 위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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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이른바 캥거루족(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용어)이어서 아르바이트생 1명, 아들과 함께 편의점을 시작했다.

편의점을 시작한 처음 두세 달은 300만원 내외의 이익을 얻었는데 최저임금이 인상된 올해부터는 한 달에 250만원 내외로 수익이 줄었다. 가맹계약 때문에 ‘들고 있자니 무겁고, 내려놓으면 깨질 것 같은’ 엉거주춤한 상태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인건비도 건지지 못해 많은 사람에게 동정의 표본이 되어 있는 편의점이지만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하고 나에게만 적용되는 좋은 점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은 흰머리 나고 70이 되어가는 나에게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준다는 것, 직장(편의점)에서 많은 젊은 사람들을 볼 수(만날 수) 있으며 운 좋은 날은 그들에게 지난날의 내 경험(무용담?)을 들려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안타까운 캥거루 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편의점에서 나오는 다양한 폐기 식품(판매시간이 지나 고객에게 팔 수 없는 음식물)을 먹을 수 있다는 쏠쏠한 재미도 있다.

앞으로 남은 내 삶이 건강의 날개 아래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좋은 눈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생각으로 항상 멋진 일만 가득한 실한 나날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오늘도 나는 “어서 오십시오. 00입니다”,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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