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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조용준의 여행만리]빛의 풍경화, 제주의 밤은 낮보다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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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라프 개막, 세계적인 거장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빛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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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푸른 밤이 내려앉으면 조천읍 선교리 다희연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세계적인 조명 예술가들의 '빛의 풍경화'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제주의 밤을 더욱 빛나게 한다. 사진은 브루스 먼로의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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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생수병으로 표현한 브루스 먼로의 워터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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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장 피고치의 작품 '리모랜드'와 이병찬 작가의 '어반 크리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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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르윈의 더 풀 리플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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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프루인의 작품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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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제주 오름(화산 봉우리)에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하늘엔 하나둘 별들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오름을 품은 너른 차밭에 2만여개의 빛이 일제히 불을 밝힙니다. 흙과 풀냄새가 자욱한 차밭에 초록, 노랑, 보라, 주홍빛이 알록달록 꽃처럼 피어납니다. 별을 흩뿌린 듯 빛이 토해내는 장관이 제주도의 밤을 화려하게 물들입니다. 강렬하거나 자극적인 화려함은 전혀 아닙니다. 어둠 속에서 토해내는 빛과 몽환적인 노을이 어울려 마법 같은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빚이 지금껏 제주도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관을 탄생시켰습니다. 화려하고 더 강렬함에 이끌리는 요즘 여행지에 제주 라프(LAFㆍ라이트아트페스타)가 선보이는 빛의 향연은 그래서 신선하면서도 독특합니다.

세계적인 조명 예술가들이 빛으로 그려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야간 관광명소가 문을 열었다. 지난달 27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너른 차밭 '다희연'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제주 라프가 그랜드오픈을 하는 날이다. 제주 라프는 빛과 어둠으로 빚어낸 예술품을 전시하는 축제의 이름이다. 이곳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 작가 6명이 빛과 어둠을 재료로 삼아 만든 기상천외한 조명 예술품을 전시했다.

제주 라프는 기존의 사설 관광지와는 아예 격이 다르다. 거문오름과 함덕해수욕장에서 가까운 차밭 다희연 부지 안에 있다. 차밭에다 동굴카페, 집라인, 족욕체험장 등의 시설을 운영해온 다희연은 최근 레저시설 운영을 외부에 맡기고, 차 농사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다희연의 레저시설 운영을 맡은 곳이 바로 제주 라프다.

여름날의 강렬한 태양이 서산으로 뉘엿뉘엿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발걸음을 옮겨 전망대로 향했다. 불이 켜지기 전의 작품 공간은 조금 썰렁하다. 차밭 구릉 너머로 저 멀리 함덕 앞바다에 갈치잡이 배들의 집어등이 환하게 밝혀진다. 그때 2만1500개의 LED에 일제히 불이 밝혀졌다. 전구와 연결한 치렁치렁한 광섬유 전선 다발이 초록, 노랑, 분홍, 보라, 주홍 등 다채로운 빛을 뿜어냈다. 어둑한 하늘의 몽환적인 노을과 어울려 마법 같은 풍경을 빚어냈다. 한순간에 알록달록한 빛이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빛의 융단에 탄성을 쏟아내며 카메라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빛의 마법사로 불리는 영국 출신의 조명예술가 브루스 먼로의 작품인 '오름'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먼로는 제주 라프의 대표 작가이며 '오름'은 대표 작품이다. 2015년 호주 노던주의 거대한 바위 울루루에 설치해 화제가 된 '필드 오브 라이트(빛의 들판)'와 비슷하다. 제주도에 설치한 '오름'은 가느다란 막대기에 바람개비 형태의 조명을 단 모습은 울루루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오름을 닮은 변형된 바람개비를 달았다. 먼로는 "제주도에서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신화와 풍경의 아름다움을 연결하는 문화가 흥미로웠다"며 "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오름에서 느낀 경의를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은 풍경(landscape)과 빛(light) 두 가지가 키워드다. 대표작도 빛의 들판이다. 광섬유, 유리, 아크릴, LED 등의 소재로 빛으로 일렁이는 줄기를 만들어 마치 농부처럼 대지에 심어왔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광섬유 발광 장치를 단 수만 개의 바람개비가 마음 가는 대로 흔들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들 바람개비는 고깃배 집어등과 어우러져 감동을 선사한다. '오름' 인근에는 재활용 생수통으로 쌓은 39개 기둥으로 이루어진 '워터 타워'가 있다. '오름'과 함께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먼로의 작품이다. 조명을 켜면 물병에서 빛이 산란하면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21세 때 읽은 미국 인류학자 라이얼 왓슨의 저서 '인도네시아 명상 기행'에서 영감을 받아 설치했다.

차밭 곳곳에 빛으로 빚어낸 다양한 작품이 숨어 있다. 관람객이 작품 위에 올라가 뛰면서 빛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참여형도 있다. 또 숲속에 불을 밝힌 벌집 같은 형태의 조형물도 있고 연못에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지은 듯한 오두막을 띄워놓기도 했다.

가장 독특했던 것은 동굴카페 안에다 설치해놓은 프랑스 작가 장 피고치의 작품 '리모랜드'와 이병찬 작가의 '어반 크리처'다. '리모랜드'는 동굴 안에 만든 제주도 풍경에 반해 눌러앉은 외계인 리모 수백 마리의 모습을 재현했다. '어반 크리처'는 동굴 위에 매달린 기괴한 모양의 생명체를 형상화했다. 공기를 불어 넣거나 빼서 빛을 발광하도록 만들어 마치 살아서 숨을 쉬는 듯했다.

라프를 둘러본 한 여행객은 "그동안 제주도에 야간 콘텐츠 문화에 대한 부족함이 있었는데 밤에 수준 높은 작품과 독특한 콘텐츠를 볼 수 있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제주 라프 관계자는 "제주도라는 도화지 위에 빛으로 그려낸 마술적인 작품들이 제주도의 밤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면서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상상력과 경외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라프는 앞으로 해마다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를 축제 때마다 초대해 제주도에서의 작업을 돕고 그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축제를 세계적인 예술 이벤트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게 포부다.

축제 기간인 오는 10월24일까지 3개월간 전국의 유명 '푸드트럭' 15대도 상설 운영된다. 또 전시장 주변에 설치된 20m 높이의 집라인을 타고 여행객이 스릴을 만끽하며 작품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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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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