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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양승태는 왜 늘 로완 중위를 언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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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재임후 기류 달라진 사법부

靑비서실과 회식하며 '창조경제에 기여'

정치권 로비·재판거래·내부사찰 정황

상고법원 숙원위해 삼권분립 포기했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CBS 대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가 작성했던 문건 196건이 어제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그동안 꽁꽁 숨겨놨던 그 문건들이 어제 공개되면서 지금 파장이 일파만파인데요.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던 건지, 오늘 권영철 대기자와 함께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권 대기자, 어서 오십시오.

◆ 권영철>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총 410개 문건이 이제 다 공개가 된 거죠?

◆ 권영철> 그렇죠. 전부다는 아니고 일단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410건의 문건이 공개가 된 겁니다. 1차로 6월 5일날 98건이 공개가 됐고 어제 196건이 공개가 됐습니다. 이 문서들은 중복되는 게 84건이 있고요. 어제도 228건 중에 중복되는 32건이 중복 파일이니까, 196개가 공개가 된 겁니다.

◇ 김현정> 지금 '공개가 안 된 문건도 있습니다'라고 하신 건 뭐냐 하면 제목은 있어요. 파일은 있는데 그걸 열어보면 그 안에 '이것은 이런 저런 이유에 의해서 여러분 공개 못 합니다'라고 한 게 3건이 있다. 지금 그 말씀이신 건데 일단 그 얘기는 차치하고 저는 이 파일을 받아보고 하나하나 열어보는 데만 해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습니다. 엄청나게 방대한 양이고 엄청나게 치밀한 내용이더라고요.

◆ 권영철> 제가 사실 어제 갑자기 아침 방송을 하라고 그래서 집에도 못 가고 계속 열어봤는데 지금 쌓여 있는 문건들 보이겠지만.

◇ 김현정> 산더미입니다.

◆ 권영철> 아직 다 못 읽어봤습니다.

◇ 김현정> 다 분석을 사실 권영철 대기자가 밤을 샜는데도 다 못 읽어볼 정도로 내용이 방대합니다.

노컷뉴스


◆ 권영철> 사실 공개된 문건을 다 읽어보려면 한참 걸릴 거고요. 지금 법조팀 기자들이 분석을 하고는 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문제이기도 하고 또 비실명으로 돌려놨어요, 이름들을.

◇ 김현정> 그러니까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 거예요? 크게 좀 보자면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 파일들이에요?

◆ 권영철> 이게 사실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여기가 정말 사법부가 맞는가.'

◇ 김현정> 어떤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 권영철> 정치인들과의 만남. '이기적인 국민'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게 법무비서관실과 회식 관련 보고거든요. 2014년 9월에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법무비서관실하고 회식을 했어요. 그런데 이게 왜 놀라운 일이냐면, 얼마 전에 이재용 전 삼성 부회장 관련해서 항소심 판결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 부장 판사에 대한 탄핵 청원이 있었죠. 청와대가 답변을 했어요. '이건 삼권 분립과 관련된 것이어서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청와대 비서관이 법원행정처에 전화를 걸어서 이러이러한 청원이 올라왔다는 사실만 통보를 했어요. 그런데 그 내용이 전국 법관 대표자에 의해서 '청와대가 어떻게 대법원에 전화를 할 수 있냐. 법원행정처에 전화를 할 수 있나.' 실제 표결까지 갔습니다. 이게 문제가 있냐, 없냐. 결국은 단순히 전달한 사건이라고 그래서 90:10으로 부결됐다고 얘기했던 일이 있는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 사람들은 회식을 하면서 상고 법원이 어쩌고 저쩌고 얘기를 다 한 겁니다. 스스로 청와대와 관련해서 어떤 걸 청와대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얘기까지 다 했던 내용들이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크게 보자면 법원이 그토록 원하는 상고 법원이라는 숙원 사업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해야 하고 또 하고 있는지가 다 세밀하게 담겨 있는 문건들이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죠?

◆ 권영철> 언론 접촉, 국회의원, 정치인들 접촉 이런 것들. 또 홍보 전략을 보면 웬만한 대기업들 뺨칠 정도입니다, 정말로. 정말 놀랄 정도였습니다.

◇ 김현정> 이것이 대기업인가 혹은 정당의 문건인가 싶을 정도로.

◆ 권영철> 제가 볼 때 정당도, 집권 여당도 이 정도까지는 못 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 권영철> 엘리트들 모아놓고. 사실은 이게 사법부를 운영한 게 아니라 정당을 운영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여러 문건이 다 개별개별로 제목이 붙어 있는데요. 그럼 권영철 기자가 보기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문건은 어떤 겁니까? 지금 쭉 쌓아놓고 계신 문건들 중에.

◆ 권영철> 이제 구체적으로 하나 보자면 이런 겁니다. 공청회 후에 의원별 대응 전략을 보면.

◇ 김현정> 국회의원별 대응 전략.

◆ 권영철> 사법정책실에서 2015년 4월에 작성한 건데 찬성 의원, 약한 찬성... 반대 의원도 약한 반대, 불참 의원. 분류가 다 돼 있습니다. 의원별 대응 전략을 제가 간단히 읽어드리자면 '찬성'에 이병석, 이춘석, 박지원, 홍일표.

◇ 김현정> '상고 법원 찬성 쪽 의견은 이런 사람들이 있더라.'

◆ 권영철> '약한 찬성' 임내현, 우윤근. '유보' 서영교, 이상민. '약한 반대' 이한성. '반대' 김도읍, 김진태, 서기호. 이렇게 분류를 해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고 하나하나 따져놨고요. 또 이정현 의원과의 면담. 최고위원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 친박 실세라고 불렸잖아요. 면담 관련해서 2건의 보고가 있습니다. 6월 4일날 종로구 소재 한식당에서 기조실장이 만났네요. '사법부가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설명.' 사법부가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 김현정> '청와대가 하고 있는 창조경제라는 방향에 맞추어서 판결도 내려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저는 해석이 되는데요?

◆ 권영철> 바로 그런 얘기고요. 당시 그 자리에서 비서실장과도 통화하고 정호성 부속실장과도 통화해서 VIP 면담 일정을 잡고. 6월 12일에 다시 또 이정현 최고위원을 국회에 찾아가서 또다시 만나가지고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사법 한류 추진 방안을 보고하는 게 나오고. 사법부가 '어떻게 판결을 제대로 공정하게 하는 거냐'가 아니라...

◇ 김현정> 그 정도 수준을 넘어서서 어느 정도 치밀했나를 보여주는 문건들. 또 이런 것도 있습니다. 각 언론사에 출연하는 변호사들 있죠. 출연해서 여러 가지 시사평론을 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성향, 이 사람이 어디 출연하는가도 쫙 분류를 다 해 놨고요. 언론사 이름도 거기 다 들어가 있고요.

◆ 권영철> 2016년 11월 19일에는 특검법 통과 이후에 분석한 문건도 있고요.

◇ 김현정> 그렇습니다.

◆ 권영철> 사실은 그것만 봐도 놀랄 게 많은데, 가장 또 놀라운 건 조선일보 관련해서 '주요 언론 접촉 결과 첩보보고' 이런 보고서가 있습니다.

◇ 김현정> 제목이 '주요 언론 접촉 결과 첩보보고.'

◆ 권영철> 조선일보을 통한 상고 법원 홍보 전략, 일정 및 콘텐츠 검토. 언론사들을 어떻게 했다는 거. 이런게 문건에 들었습니다.

◇ 김현정> 저는 또 하나 충격적이었던 게 이 부분이었어요. 상고 법원을 만들자는게 그러니까 대법원의 일을 좀 분담할 수 있게 대법원 외에 하나 더 만들자는 것이었거든요, '상고 법원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청와대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한다.'

◆ 권영철> 인사권을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가 충분히 할 수 있게끔. '우리는 포기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 얘기는 대법원의 위상은 그대로 둔 채 3심을 담당할 상고 법원을 둬서 일반 개인들의 재판을 담당하게 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러면서 법무비서관실 회식 관련해서 '이기적인 국민'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 김현정> 아니, '청와대가 영향력을 계속 가지도록 하겠다'는 건 삼권 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얘기고 '우리는 종속돼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스스로 자인하는 꼴 아닙니까?

◆ 권영철> 이게 군사 독재 시절에는 권력의 힘에 의해서 사법부가 굴종을 했잖아요. 그런데 이거는 스스로 가져다바치는 겁니다. 문제는 이게 누군가의 외압에 의해서 총칼에 의해서 압력을 받은 게 아니라 자기들의 권한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국민들이 보장한 삼권 분립을 포기하는 그런 내용들이 있는 겁니다.

◇ 김현정> 맞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크게 보시면 됩니다. 상고 법원이라는 어떤 숙원 사업을 위해서 로비를 했고,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고, 여기에 반발하는 판사들 블랙리스트 만들어서 관리하고 사찰했다. 크게 세 덩어리로 보시면 되는 건데요. 아까 전에 공개하지 못한, 어제도 제목밖에 공개하지 못한 3개의 파일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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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철> 최초의 사법 농단을 최초에 이게 밝혀지게 되는 계기가 이탄희 판사죠.

◇ 김현정> 네. 이탄희 판사라는 사람이 이 문제의 법원행정처로 발령을 받습니다. 갔더니 이탄희 판사를 불러다가 '우리에게 좀 반발심을 가지고 있는 판사들 뒷조사를 해라'라고 시킵니다. 그러자 이탄희 판사가 '나는 그거 못 하겠습니다.' 반발을 하고 사직서를 냅니다. 그러자 회유를 하죠. '이게 뭐냐. 사직서 내지 말아라. 너에게 출세의 길을 보장해 줄 테니까 그러지 말아라'라고 회유를 합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이 사법 농단의 시발점, 시작이 된 겁니다.

◆ 권영철> 그래서 1차 조사, 2차 조사, 3차 조사가 되고 결국 이 문건이 공개되기까지 온 것이고요. 또 1건은 차성안 판사 관련한 문건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이탄희 판사에 대한 문건도 있는데 그거는 지금 공개를 못 하겠다고 어제 가리고 발표를 한 거죠?

◆ 권영철> 개인 비밀, 통신자료 이런 게 있어서 못 하겠다고 얘기한 것이고.

◇ 김현정> 그게 한 건이 있고 또 한 건은 뭐죠?

◆ 권영철> 차성안 판사 관련된 것도 개인적인 정보가 있어서 공개를 못 하겠다는 거였습니다. 차성안 판사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던, 공개적으로 언론 기고를 통해서 상고 법원의 부당성을 알린 판사죠.

◇ 김현정>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판사들에 대한 기고문을 공식으로 문제 제기했던 차성안 판사에 대한 문건도 어제 비공개. 또 하나는요?

◆ 권영철> 또 하나는 20대 국회의원 분석 관련, 60장 관련 분량입니다. 의원별로 친한 법조인, 주요 이력, 평판, 사법부에 대한 인식. 이런 것들이 망라된 건데 이것도 개인 정보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 김현정> 거기는 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국회의원들이 '지금 어떤 어떤 소송에 걸려 있다' 이런 내용들이 다 담겨 있다고 해요. 그래서 '공개되면 개인 정보에 문제가 있다, 개인 사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공개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일단 마무리를 좀 지어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마무리 지으시겠습니까?

◆ 권영철> 양승태 대법원장이 오고 나서 사법부의 기류가 변했다고 합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중견 판사들에게 물어보니까 기억나는 게 이런 거라고 그래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연수원생들 수료식에 가서도 이 얘기를 하고요. 법관을 10년마다 재임용하는데, 재임용 법관들을 대법원으로 불러서 꼭 이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 김현정> 무슨 얘기요?

◆ 권영철> 로완 중위라고, 19세기 말 미국과 스페인 전쟁 때 전쟁영웅으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뭔 얘기냐면 '미국의 대통령의 메시지를 반군 지도자에게 전달하는데,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묻지 않고. 전달하라고 그러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달했다.'

◇ 김현정>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 권영철> 그러니까 사법 관료화를 부추긴 것이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관련해서 13:0 판결 기억하시죠? 양승태 대법원장이 중요 사건에서 소수 의견을 그렇게 싫어했다고 그럽니다. 이 사람이 모든 전권을 쥔 제왕이었다는 얘기죠. 그리고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원에는 법원행정처 출신이 아니면 보내지 않았다고 그럽니다. 이 문제는 다음에 한번 다루기로 하죠.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짧은 시간에는 다 담기는 정말 버거울 정도의 큰 사건인데요. 권영철 대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권영철> 네.

◇ 김현정> CBS 권영철 대기자였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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