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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김동환의 월드줌人] 은퇴교사 1만명 복귀로 中 교육 격차 해소할까…엇갈리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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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격차에 시달리는 시골지역 아이들을 위해 매년 새 학기가 가을에 시작하는 중국에서 은퇴 교사 1만명 규모가 교직에 복귀하는 형식으로 외지에 파견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현직 교사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시골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단지 교사의 수를 늘리는 쪽에 당국이 초점을 맞추면 시간 때우기 식의 교육현장이 될 수 있다면서 좀 더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바란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2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에 따르면 가난으로 인한 교육 빈곤을 해소하고 시골 지역 아이들의 학습 환경 개선을 위해 베이징 교육당국이 1만명 규모의 은퇴 교사들을 현직에 다시 서게 할 계획이다.

오는 2020년까지 도시와 시골 간의 교육 환경 격차를 최대한 좁힐 계획을 정부가 갖고 있으며, 가을부터 교단에 설 은퇴교사들은 최소 1년간 현장에서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고 SCMP는 전했다. 교사들이 파견될 지역에는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 자치구 같은 곳도 포함된다.

세계일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은퇴교사 1만명 규모가 현장에 복직해 도시와 시골간의 교육격차를 조금이나마 좁히기 위해 외지에 파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보는 현지 교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2016년 학교로 가기 위해 대나무 사다리를 올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중국 쓰촨(四川) 성 자오줴(昭覺) 현의 한 산골마을 아이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정책을 반기는 교육자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시골 지역의 생활 수준이 점점 나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도시와 차이가 있는 교육현장을 개선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더 나은 수준의 학습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이어졌다.

산시(陕西) 성의 한 기숙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마씨는 “나이가 많은 교사들이 외지에 가서 제대로 아이들을 가르칠지는 알 수 없다”며 “그들 생각이 옛 시절에 머물러있다면 도시와 시골 교육환경 격차를 좁히기는 다소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산둥(山東) 성의 교사 왕씨는 “온라인 교육과 같은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은퇴교사를 활용해도 외지 아이들의 교육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다만, 수준이 뛰어난 은퇴교사를 선발하겠다는 당국의 계획이 객관적으로 보기에 잘 맞아떨어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도시로 떠나는 아이들이 늘면서 시골 학교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SCMP는 보도했다. 시골 학교 교사 수도 감소하고 있으며, 남은 교사들의 노동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열악한 환경으로 시골 학교로 떠나기를 꺼리는 교사들이 늘면서 현장에서는 보조교사가 대부분 수업을 책임지는 게 현실이며, 그 악영향은 고스란히 시골 학교 아이들에게 돌아간다고 마씨는 강조했다.

설사 실력이 뛰어난 교사가 시골 학교에 있더라도 승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언젠가는 도시로 가버린다는 것이다. 마씨가 근무하는 학교는 돈 벌러 도시로 부모들이 떠나 고향에 조부모와 남겨진 ‘류수아동(留守兒童)’ 약 300명이 다니고 있다.

왕씨는 외지로 나갈 교사 1만명은 현장에서 인력이 필요한 교실 수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면서, 그들이 당국의 정책대로 현직에 복귀하더라도 단지 성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진다면 본질적인 교육 환경 개선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왕씨는 이어 교사를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기보다, 그들의 가치와 현장에서 나름 다진 노하우 등을 인정해 전반적인 교육 환경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당국 관계자들이 마음에 담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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