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사소한 法 궁금증, 현문현답] 법조계에 IT 용어가 등장한 이유는? ② 매크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가짜뉴스’와 더불어 선거에 가장 골칫거리로 떠오른 게 뭘까요? 바로 ‘댓글 조작’입니다. 둘의 공통점은 정보와 여론을 왜곡해 선거, 더 나아가 정치 전반에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거에요.

최근에는 국정원 고위층 인사들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해 댓글 조작을 실행했던 사건들에 대해 재판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죠.

그런데 매크로 프로그램과 댓글 조작이 무슨 관계냐구요? 올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 조작을 한 세력이 붙잡혀 재판이 진행중이고, 이 사건 때문에 지난달 27일부터 특검이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먼저 매크로 프로그램이 도대체 뭔지 알아봅시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언어나 숫자 등을 조합해 반복적으로 사용할 때처럼 사람 손으로 하려면 뭔가 조금 지루하고 불편한 작업부터 복잡한 작업까지 일정한 명령어를 입력해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매크로 프로그램은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부터 엑셀, 한글 같은 문서작업까지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컴퓨터 메모리를 아껴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티켓 예매, 게임 등에서 악용되기 되기도 하죠.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필명 ‘드루킹’ 김동원(49·구속)의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댓글과 공감수를 조작한(컴퓨터를 이용한 장해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4월 구속됐기 때문이에요.

드루킹 일당은 자체 개발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으로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에 정부 비판 댓글, 특정 인물 비난 등의 댓글을 달았죠. 당초 검찰은 537개의 인터넷 뉴스 기사의 댓글 1만6658개에 총 184만3048회 공감 또는 비공감을 클릭했다고 판단하고 재판에 넘겼죠. 엄청나죠? 근데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에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면 드루킹이 이용한 킹크랩은 두 가지 버전이에요. 우선 ‘킹크랩 버전1’의 작동원리를 말씀드려 볼게요

일단 검찰이 기소한 부분은 킹크랩 버전1으로 조작한 댓글과 공감·비공감 수에요. 킹크랩은 명령어가 입력된 아마존 웹서비스와 이를 실행하는 휴대전화로 작동이 구분할 수 있어요. 한개 유심칩 장착된 휴대폰과 테더링(Tethering· 휴대전화나 태블릿PC같은 IT기기를 인터넷이 되는 휴대전화에 연결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술)으로 연결해야 했어요. 설정된 유심 없는 휴대전화 4개 한 묶음으로 휴대폰 30개를 1개 세트로 해 총 30개 세트로 만들었죠.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휴대전화들을 아마존 서버에 연결하면 먼저 서버에 입력된 명령어에 따라서 댓글이나 공감수를 조작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휴대전화를 이용하다보니 속도도 느리고 효율성이 떨어져요.

이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킹크랩 버전2’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휴대폰 없이 명령어를 아마존 웹 서비스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IP주소를 수시로 변경해서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대요.

특검팀은 지난 20일 드루킹 일당이 2018년 2월21일부터 3월21일까지 한 달 동안 2196개 아이디를 이용해 5533개 네이버 뉴스기사에 댓글 22만1729개와 총 1131만116회 공감과 비공감 클릭신호 보내 네이버에 통계집계 시스템을 교란한 혐의로 추가기소 했어요. 특검팀은 또 이들이 조작했다고 의심되는 댓글 조작의 흔적들을 약 8000만개 정도 더 분석하고 있다고 하네요.

아울러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이 이를 대가로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인사 청탁을 했는지, 정치권에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했는지 여부 등 여러가지 혐의를 함께 수사하고 있습니다.

특검팀 기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사건의 전모가 얼마나 밝혀질지 주목됩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