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시민 490명 산속에서 2박3일 대입개편 토론…‘정시확대’ 판가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충남 천안시 태조산 중턱에 위치한 교보생명 연수원 ‘계성원’.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2박 3일간 490명의 시민들이 이곳에 머물렀다. 20대부터 60대까지 나이도, 성별도, 사는 지역도 제각각인 이들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향을 결정할 시민참여단이다.

중앙일보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결정할 시민참여단 490명이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 계성원에서 7월 27~29일 2박 3일간 토론을 벌였다. 대강당을 가득 메운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대입제도가 판가름난다. 남윤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9일 오전 9시, 계성원에서는 2박 3일간의 마라톤 토론을 마무리하는 최종 토론이 열렸다. 600명을 수용하는 대강당은 시민참여단과 토론을 진행하는 전문가들, 정부 관계자 등으로 가득 찼다. 무대 양옆으로는 ‘숙의’, ‘경청’이라고 쓴 플래카드가 걸렸다. 토론이 끝난 뒤에는 시민참여단의 최종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이 결과에 따라 향후 대입제도가 결정된다.

대입제도 개편을 주도하는 국가교육회의는 지난 4월 29일 김영란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했다. 공론화위는 만 19세 이상 국민을 무작위 추출해 공론화 참여 의사를 물었고 성별·나이·지역 등 인구 비율에 따라 최종 550명을 선정했다. 20대(17.5%), 30대(17.1%), 40대(20.2%), 50대(19.8%), 60대 이상(25.4%)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선정됐다. 이들 중 490명이 이번 2박 3일 토론회에 참가해 대입 개편안의 향방을 결정한다. 토론장에는 반바지를 입은 젊은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정시 확대냐 대학 자율이냐, 490명 설문조사로 결정
공론화위는 앞서 전문가 35명의 토의를 거쳐 4가지 대입개편 시나리오를 내놨다. 시민참여단은 각각의 개편안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고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 결정한다. 이날 열린 마지막 토론회에서는 각각 안을 주장하는 교수, 교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시민참여단의 질문에 답했다. 시민참여단 설문조사 이전 마지막 토론회라 선거 유세를 방불케 했다. 발표자들은 "4안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달라", "2안이 가장 좋다"며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개 개편안은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크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을 확대하고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제한해야 한다는 쪽(1,4안)과 정시 확대에 반대하고 학종을 지지하는 쪽(2,3안)으로 나뉜다.

예컨대 1안은 현재(2019학년도) 23.8%에 불과한 정시모집 비율을 45% 이상으로 늘리자고 제안한다. 1안을 제시한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정시가 절반 정도 되어야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된다. 내신 3등급 이하 학생들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려면 이 정도 비율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2안과 3안은 수시와 정시모집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3안을 주장한 정재찬 한양대 교수는 “수능이든 뭐든 한 줄 세우기는 최상위에만 유리하다. 대학 입시가 다양해야 학생에게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다”며 정시 확대를 강제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중앙일보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시민참여단 490명이 소그룹별로 모여 토론한 결과를 종이에 써서 토론장 주변에 게시해놓았다. 시민참여단 안에서도 그룹별로 정시와 수시모집 비율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남윤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공론화위는 4가지 방안에 대한 시민참여단 설문조사 결과를 8월 3일 발표할 예정이다. 어느 한 방안으로 시민들의 지지가 몰릴 경우에는 국가교육회의가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4개 방안에 대한 지지가 골고루 분산될 경우에는 국가교육회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미지수다.

"공론화 취지 좋아" vs "정부가 시민에게 책임 전가"
참여한 시민들은 공론화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김용태(60)씨는 "여기 오기 전까지는 대입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공론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결정을 한 것이 국민의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권지은(32)씨는 "먼저 살아오신 분의 지혜, 막 수능을 치른 학생까지 다양한 이야기 들으면서 생각의 변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시민참여단 토론회가 열리는 토론장 게시판에 시민참여단이 다양한 의견을 메모지에 적어 붙여놓았다. 공론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눈에 띄었다. 남윤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나왔다. 김도혁(22)씨는 "입시제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설문에 참여한 분도 있어 합리적 결론이 날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공론화를 통해 시민에게 갈등 해결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참여단이 게시판에 붙여놓은 메모지에는 “토론이 아니라 주어진 각본에 대규모 아바타가 움직이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천안=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