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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조정 국면’ 문 대통령 지지율, 앞으론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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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막전막후 220

백중사리 지나면 바닷물 낮아지는 게 정상···62%로 취임 뒤 최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 체제 정비·지지층 일부 정의당으로 이탈

대표 선출 8·25 전당대회 앞두고 민주당 의원 패권 다툼 조짐도

결국 대통령과 민주당 역량에 달려···경제 분야 위기관리가 핵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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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유권자의 표에 의해 정치권력이 창출된다는 것입니다. 정치에서 유권자의 표는 ‘모든 것’입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지지도는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참고 자료입니다. “여론조사 지지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정치인들의 말은 대체로 거짓입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지지도와 선거에서 표출되는 민심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지도가 높아서 선거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면 지지도가 올라갑니다. 지지도가 낮아서 선거에서 지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지면 지지도가 떨어집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치솟았고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지도는 추락했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하락 추세입니다. 한국갤럽의 정례 조사 결과를 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취임 뒤 첫 조사였던 2017년 6월 첫째 주 84% 최고치에서 출발한 뒤, 80% 초반 및 60~70%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취임 1년인 2018년 5월 첫째 주에 83%로 치고 올라갔고, 다시 70%대에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가, 7월 둘째 주 69%, 셋째 주 67%, 넷째 주 62%로 떨어졌습니다.

62%는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2018년 1월 말~2월 말 남북 단일팀 구성 등으로 국정 지지도 63~64%를 기록했고, 지난해 9월 북미 간 초강경 발언이 오가며 65%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도는 6·13 지방선거 때인 6월 둘째 주 56%까지 올라갔다가 최근에는 약간 내림세로 48%에 머물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아직도 이렇게 높은 이유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 덕분입니다.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취임 초기나 지금이나 전직 대통령들보다 월등히 높은 편입니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취임 뒤 첫 번째 국정 지지도 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노태우 57%(1988년 6월)

김영삼 71%(1993년 3월)

김대중 71%(1998년 3월)

노무현 60%(2003년 4월)

이명박 52%(2008년 3월)

박근혜 44%(2013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국정 지지도는 84%였습니다. 84%는 역대 대통령 국정 지지도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기록입니다. 종전 기록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3년 6월과 9월 83%였습니다. 하나회 척결, 역사 바로 세우기, 공직자윤리법 개정, 금융실명제 실시 등으로 취임 직후보다 더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국정 지지도가 이처럼 신기록을 세우며 치솟았던 이유가 뭘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잘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서를 하고 곧바로 야당 당사를 방문했습니다. 광주 5·18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유족을 끌어안고 위로했습니다. 온 국민을 감동하게 했습니다. 불통의 리더십과 국정농단 끝에 탄핵을 당하고 감옥에 가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구조적으로 유리한 점도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인수위 기간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은 장관 인사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당선 직후의 높은 지지도를 일정 부분 까먹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국정 지지도 조사는 장관 인사 및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에 이뤄졌습니다.

취임 초기보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대통령 취임 1년의 국정 지지도입니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1년 국정 지지도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노태우 45%(1989년 1월)

김영삼 55%(1994년 1월)

김대중 60%(1999년 3월)

노무현 25%(2004년 3월)

이명박 34%(2009년 2월)

박근혜 56%(2014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도가 높았던 것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았던 것은 탄핵 위기에 몰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바닥까지 추락했다가 그나마 회복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년(2018년 5월 첫째 주) 국정 지지도는 무려 83%였습니다. 왜 이렇게 높았을까요?

백중사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백중(百中)은 음력 7월 15일입니다. 사리는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입니다. 백중사리 때는 해수면의 조차가 연중 최대로 높아집니다. 달과 태양과 지구의 위치가 일직선 상에 놓이면서 달과 지구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백중사리 때는 바닷물이 최대치로 높아지기 때문에 바닷가에서는 자칫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을 즈음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는 정치적 호재가 겹겹이 쌓였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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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이 가장 컸습니다. 북한과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고조되던 시기였습니다.

홍준표 대표가 이끌던 자유한국당은 북-미 관계 개선에 계속 딴지를 걸었습니다. 대안도 없이 전쟁 불사와 종북척결을 끝없이 외치던 반공 보수의 행태에 유권자들은 염증을 느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보다 시대에 뒤떨어진 자유한국당 심판이 더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지역과 세대를 떠나 광범위하게 형성됐습니다.

6·13 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무방비 상태로 백중사리를 맞았다가 몽땅 떠내려간 바닷가 마을의 참담한 광경을 닮았습니다.

그러나 백중사리는 1년에 한 번뿐입니다. 백중사리가 지나면 바닷물 수위가 다시 낮아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달도 차면 기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빠지는 것은 어차피 시간문제였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 하락이 ‘조정 국면’인지 ‘퇴조의 시작’인지 궁금했습니다.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조정 국면으로 읽었습니다. “좀 늦게 시작됐을 뿐 예견됐던 조정 국면”이라는 것입니다. 김민석 원장은 “어느 정도 하락한 뒤 정체 국면이 잠시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알 수 없습니다.

최근 대통령 국정 지지도 하락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대별로는 20대의 긍정 평가가 1주일 전의 77%에서 60%로 눈에 띄게 떨어졌고, 30대는 70%에서 74%로 오히려 올랐습니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가 1주일 전 67%에서 55%로 떨어졌지만, 블루칼라는 58%에서 65%로 올랐습니다.

“대통령이 잘 못 하고 있다”고 응답한 직무수행 부정 평가자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경제 민생 문제 해결 부족’ 37%, ‘최저임금 인상’ 12% 순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경제 분야 논란이 국정 지지도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야당의 공세도 경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7월 20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안상수 의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잘 못 하는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했다. 요즘 경제를 보면 과거에 우리 국민들께서 ‘어느 누가 돼도 다 마찬가지지’, ‘뭐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막 이야기하면 ‘그놈이 그놈이지’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지만, 저희들도 잘못한 것이 있지만, 요즘의 정치를 보면서 정말 호랑이보다 무섭구나, 이렇게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이렇게 일자리를 파괴하고, 이렇게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희망을 꺾는 정부가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지지율이 60% 초반대로 급격히 떨어졌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아마도 지금도 거품이 있고 민주당 문재인 정권에서 이대로 한다면 연말이나 내년 초쯤 되면 거의 30~40%대까지 갈 것이다.”



발언이 거칠지만, 정치인들의 이런 선동적 발언이 바닥에서는 먹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일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도는 어떻게 될까요? 우선 여권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첫째, 자유한국당이 바닥을 치고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7월 24일 인터뷰를 했습니다. 김병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자유한국당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내 반공 보수와 맞설 생각도 있다고 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조금 높아지는 것 같은데 ‘김병준 효과’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런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글쎄 뭐 그렇게까지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것 아닐까요? 자유한국당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비대위원장이 새로 왔으니 잘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 심리인 것 같습니다. 제1야당이 제1 야당답게 좀 서줘야 정부 여당도 제대로 갈 것 아니냐, 균형을 제대로 맞춰달라는 그런 뜻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갖춰진 이후 당장 친박-비박 계파 갈등이 잦아들고 있습니다. 좀 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자유한국당의 막가파 행태로 정부·여당이 반사이익을 취하기는 이제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둘째, 정의당의 상승세가 정부 여당 지지도를 잠식할 수 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 상가에 밀려드는 조문객들을 본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재선 의원은 “우리 당 지지자 중에서 정의당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라고 걱정스러운 전망을 했습니다. 6·13 지방선거까지는 자유한국당을 확실히 심판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몰아줬지만, 지방선거 압승 이후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진보정당을 키우는 것이 진보·개혁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정의당 지지도는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셋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변수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25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선출합니다. 정당의 전당대회는 본래 축제 한마당입니다.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좀 이상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친문재인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이 김진표-송영길-이해찬 등 각 후보 진영으로 이리저리 갈라져 싸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집권 세력 내부의 이런 경쟁을 일반 국민은 ‘밥그릇 싸움’이나 ‘당내 패권 다툼’으로 바라보고 싸잡아 비판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도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제 분야 위기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위기 요인을 잘 관리해서 당분간 60% 안팎의 안정세를 유지할 수도 있고, 위기관리에 실패해서 50%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국정 지지도가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자칫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부·여당의 정치적 동력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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