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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빨간날]갓뚜기부터 페미니즘 옷까지…Meaning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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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편집자주] 단순하고(Simple)·고급스럽고(Luxury)·유일하고(Only)·의미있게(Meaning)…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경험, 성능에서 가치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한 소비활동을 넘어 자아표현의 수단으로의 진화다. 'SLOM'하게 사는 2018년 대한민국의 소비 문화를 짚어본다.

[2018년 한국, 'SLOM'하게 산다-④]소비행위에 취향과 사회적의미까지 고려…신념 적극적 표현하는 소비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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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탐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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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시식직원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갓뚜기' 라면을 골랐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유업의 우유는 일부러 선택하지 않았다. 골라담은 제품들은 일회용 비닐봉지가 아닌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사회적기업 터치 포굿의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에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해 재탄생시킨 것) 가방에 옮겨담았다. 자신의 신념을 소비행위로 적극 표출하는 '미닝아웃'족의 장보는 방법이다.

자신의 사회적 신념과 가치관 등을 소비 행위로 표현하는 이른바 '미닝 아웃'(meaning-out)족이 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물건을 구입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사회적·정치적 뜻을 옷, 가방 등 아이템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2030 젊은 세대들이 많은데, 과거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꺼려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미닝아웃 족은 소비를 할 때 가격와 품질 등 자신의 취향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고려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물건을 의식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멋진 소비'로 생각하고, 논란을 일으킨 기업의 제품을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기도 한다. 이는 '미닝아웃'에서 더 나아가 '컨슈머 오블리주'(Consumer Oblige)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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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몬드 에코백/사진=마리몬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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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오응영씨(32)는 벌써 10년째 L사 제품을 불매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업, N식품, P식품 등 10 여개의 회사를 불매 중이다. 갑질 논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각 회사마다 불매 이유도 분명하다. 오씨는 불매에서 더 나아가 같은 상품군이라면 자신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한다고 생각하는 선호 기업의 상품을 선택한다. 오뚜기와 매일유업 등이다. 오씨는 "가격이 조금 더 나간다 하더라도 좋은 기업 껄 사용한다"며 "작은 힘이더라도 소비자의 힘을 보여줘야 기업들이 좋은 방향으로 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오씨의 바람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평을 얻은 기업들은 실제 매출도 늘고 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자발적 상속세 납부,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 마트 시식요원 정규직 채용 등 선행이 알려지며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이후 오뚜기 구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3년 14.1%에 불과하던 오뚜기의 라면업계 점유율은 지난해 5월 25.2%로 껑충 뛰었다. 2위였던 삼양을 꺾고 라면 시장에 제일 늦게 뛰어든 오뚜기가 2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일상 속 소비재를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의 사회적 신념을 패션 소품에 투영하는 보다 적극적인 미닝아웃도 있다. 바로 '슬로건 패션'(slogan fashion)이다. 미닝아웃 족은 설령 자신이 구입하는 것이 실용성과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가진 것들을 구입하는 행위자체가 돈을 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 행위 자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신념 표현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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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 티셔츠를 입은 김혜수(왼쪽) 선비/사진=osen,선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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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씨(26)는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마리몬드 클러치를 사용한다. 유기견을 후원하는 뜻을 담은 에코백을 사용하고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신발을 선물하는 탐스(TOMS)를 신는다. 이씨는 위안부 에코백에 세월호 배지를 달기도 했다. 이씨는 "사실 사회적 기업의 제품이 더 예쁜 것도 아니고, 구매 접근성이 일반 상품들보다 좋지도 않다"면서도 "이런 소품을 사는 행위자체를 통해 내 생각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슬로건 패션의 일종인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의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 티셔츠는 배우 김혜수, 가수 선미 등 여자 연예인들이 입으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티셔츠는 디올의 최초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디자인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 조금 두려운 일이었지만 지금을 그렇지 않다"며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취향과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소비트렌드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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