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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김동환의 월드줌人] "SNS의 오해가 우릴 '아동 납치범'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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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 하나인 ‘왓츠앱(WhatsApp)’에서 아동 납치범으로 오해받은 인도의 세 남성이 주민들의 집단폭행에 당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남성이 숨지고 나머지 두 남성도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 하이데라바드 주(州) 출신인 모하메드 살만(32)이 최근 친구들과 텔랑가나 주(州)의 한 마을을 찾았다가 아동 납치범으로 오해받아 주민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지인들과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려던 세 남성의 계획은 왓츠앱에 개설된 마을 주민 채팅방에서 이들이 아동 납치범이라는 헛소문이 돌면서 순식간에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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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하이데라바드 주(州) 출신인 모하메드 살만(32·사진)이 최근 친구들과 텔랑가나 주(州)의 한 마을을 찾았다가 아동 납치범으로 오해받아 주민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지인들과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려던 세 남성의 계획은 왓츠앱에 개설된 마을 주민 채팅방에서 이들이 아동 납치범이라는 헛소문이 돌면서 순식간에 망가졌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이동하던 중 아이들을 본 살만과 친구들이 그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줬는데, 이들 차량이 워낙 빨리 달린 탓에 수상히 여긴 주민이 아동 납치범 같다는 말을 채팅방에 올리면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살만 일행이 가는 길을 막고 기다리던 주민들은 차량에 돌을 마구 던졌으며, 도망치던 살만의 친구 모하메드 아잠의 뒷덜미를 잡아 데리고 가 마구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폭행은 1시간이나 이어졌으며, 주민들의 집단 폭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아잠은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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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도망치던 살만의 친구 모하메드 아잠(사진)의 뒷덜미를 잡아 데리고 가 마구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폭행은 1시간이나 이어졌으며, 집단 폭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아잠은 숨졌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살만의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그의 삼촌 야쿱도 성난 주민들을 말리지 못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주민들의 분노가 말릴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은 상태였다. 주민 일부는 경찰까지 폭행했으며, 이번 일에 연루된 최소 22명의 주민이 검거됐다고 BBC는 전했다.

경찰은 현장을 담은 영상을 분석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모두 잡아들이려 했지만, 대다수 주민이 도망친 것으로 알려져 완전히 검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이 추산한 집단 폭행 가담자는 100명이 넘는다.

여행지에서 합류할 예정이던 살만의 지인 2명은 화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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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일행이 탔던 차량.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비극의 발단은 왓츠앱에서 떠돈 헛소문이 유력하다. 일부의 말이 확대 재해석을 거치면서 무고한 시민을 아동 납치범으로 몰고 간 뒤, 군중심리로 폭행에 가담한 주민들이 눈덩이처럼 불면서 비극을 낳았다.

얼굴과 몸 곳곳에 상처가 가득한 살만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앞을 가로막은 바람에 차까지 뒤집어졌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돌을 던지고 막대로 유리창을 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손에 붙잡혀 밖으로 끌려 나왔다”고 덧붙였다.

모든 주민이 가해자는 아니었다. 일부는 이웃을 말리려 했으나 통하지 않자 결국 떨어져서 살만 일행이 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비자이 파틸은 “내 생각에 1000명은 넘은 사람이 그들을 때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도 타밀나두 주(州)에서 여행 중 길을 물어본 인도의 한 일가족이 현지 주민들로부터 아이 납치단으로 오해받아 집단폭행을 당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일가족 중 60대 여성이 숨지고 나머지 가족들도 크게 다친 것과 관련해 마을 당국이 주민들에게 비슷한 일을 벌이지 않도록 신신당부했지만 다시 벌어진 비극에 당국 관계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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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폭행이 벌어진 장소 Murki.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집안 다툼이나 도둑질 등만 다뤄온 관계자들은 처음 벌어진 비극 앞에 어떠한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마을의 한 원로는 “모두가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일부는 검거를 두려워해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영상을 보고 우리도 그들이 아동 납치범이라고 생각했다”며 “여행객이라고 보기에는 차를 워낙 빨리 달려 수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을 알고 나니 너무 슬프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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