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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반도체가 떠받친 장세, 상황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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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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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매출과 이익 사이클은 네 국면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매출이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반면 이익증가율은 높아지는 국면이다. 영업보다 비용 절감이 이익을 늘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경기 회복 초기에 주로 나타난다. 두 번째는 이익과 매출 증가율이 동시에 올라가는 국면이다. 경기 회복이 본궤도에 들어서면서 제품 판매가 늘고 가격이 상승할 때 많이 관찰된다. 네 국면 중 주가가 가장 강하고 빠르게 상승하는 시기다. 세 번째는 매출은 늘지만 이익증가율은 떨어지는 국면이다. 경기가 좋을 때 공급을 늘린 덕분에 제품 판매가 늘어나지만 공급증가에 따른 경쟁 격화로 제품 가격이 내려가 이익증가율이 낮아진다. 경기가 정점을 지난 직후에 많이 볼 수 있다. 마지막은 이익과 매출액 모두가 떨어지는 국면이다. 이 네 국면이 지나면 매출과 이익 순환 사이클 하나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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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 이번 사이클의 출발점이었다. 그때부터 2016년 1분기까지 첫 번째 국면이 진행됐다. 매출이 줄어든 반면 이익은 15% 이상 늘었다. 과거에는 이 시기에 주가는 빠르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전 침체기 때에 주가가 크게 하락해 반등 공간이 넓게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은 달랐다. 주가가 거의 오르지 못했는데, 주가가 오랜 시간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출발점 자체가 높아 반등 공간이 없었다.

2016년부터 작년 말까지 두 번째 국면이 진행됐다. 이익증가율이 30%에 육박했고 매출도 3~5% 정도 늘었다. 영업에 의한 이익증가가 본격화된 건데 주가가 박스권을 뚫고 2600까지 상승했다. 반도체라는 핵심 산업이 부상하고 선진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주가를 올리는 힘이 됐다.

그리고 올해 1분기부터 세 번째 국면에 들어간 게 아닌가 걱정된다. 매출이 지난해보다 조금 늘었지만 이익은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줄었다. 반도체를 넣느냐 빼느냐에 따 라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아직 해당 국면에 완전히 진입했다고 얘기할 수 없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분명하다.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무역분쟁이 수면 밑으로 내려갔지만 하락 부분을 만회하지 못했다.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종합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오르지 못하다 보니 반대로 나스닥이 하락할 경우 우리 시장이 어떻게 될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직 시장은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3년 가까이 이익이 늘다 보니 그 형태 내에서 시장을 보기 때문이다. 시장이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실제 수치를 통한 증명이 필요하다. 가장 빨라야 2분기 실적 발표가 중간을 넘어가는 시점 정도에나 증명이 가능할 텐데 아직은 주가가 실적 둔화 쪽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

이종우 주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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