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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오스트리아의 '찜통 지하철' 대책은 공짜 데오드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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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지하철 6호선(U6)은 ‘찜통 지하철’로 유명하다. 열차의 절반가량은 냉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나머지 노선과 달리 지상에서 운행되기 때문에 햇빛을 피할 수도 없다. 최근 6호선 열차들의 내부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갔다. 이에 시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이번주부터 데오드란트(악취 제거제) 1만4000개를 공짜로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국영 대중교통기업 비너리니엔 대변인은 “승객들이 데오드란트를 거의 빼앗다시피 했다”며 뿌듯해했다. 준비한 물량이 하루만에 동났다며 2차 배급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샤워를 자주 하던지 아니면 최소한 데오드란트라도 뿌리라는 거냐”는 반응을 보였다. 데오드란트를 나눠줄 것이 아니라 에어컨을 설치했어야 한다는 불만이다.

오스트리아뿐만이 아니다. 2016년 영국 런던 지하철은 사우나 같은 지하철을 탄 관광객들을 위해 ‘공짜 물’을 나눠줬다. 100년이 넘은 구조물을 개조하기가 어려워 생각해낸 고육책이다. 런던 지하철 중앙선의 내부 온도는 35.5도에 달한다.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들은 “유럽연합(EU)은 가축을 수송하는 열차 온도도 30도로 제한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워싱턴포스트는 18일(현지시간) 이같은 유럽 국가들의 에어컨 기피 현상을 전하며 “유럽 도시들에서도 대중교통이나 사무실의 냉방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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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은 미국인이나 중국인보다 에어컨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 2016년 EU 국가들이 건물 냉방에 사용한 전력 비율은 건물 전체 사용 전력의 1.2%(152TWh)에 불과하다. 미국(10.6%·616TWh), 한국(8.5%·41TWh)보다 낮다. 최근 수십년간 지구 온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음에도 유럽의 에어컨 수요는 그다지 늘지 않았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유럽의 기후가 상대적으로 온난한 탓도 있지만, 에어컨 사용은 미국식 생활방식이라는 인식도 유럽인들 사이에 퍼져있다.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당국 입장에선 에어컨 사용을 마냥 늘리기가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인 3억2800만명이 사용하는 냉방 에너지가 아프리카, 남미, 중동, 아시아(중국 제외)에 있는 44억명의 사용분을 이미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갈수록 더워지는 날씨에 유럽인들의 에어컨 사용도 조금씩 늘고 있다. 당장 햇빛이 강렬한 지중해 국가들부터 무릎을 꿇었다. IEA는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인들은 대체로 에어컨 사용을 내켜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남부 프랑스에서 에어컨 보급률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 베를린이나 오스트리아 빈같은 내륙 도시들의 에어컨 보급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독일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3% 수준으로 미국(87%)에 비해 크게 못미친다”고 전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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