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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반복된 찜통 통학버스 사고, 뒤만 돌아봤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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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네 살배기 여아 사망 사건

교사·운전자 부주의가 가장 큰 원인

안전교육 강화, 실내 카메라 필요

2년 전 광주 참변 남아는 의식 불명

중앙일보

17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A양(4)이 갇혔다가 숨진 어린이집 통원차량. 어른들의 부주의가 원인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 동두천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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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여겼다면 그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 17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네 살배기 여자아이가 어린이집 차량에 갇혀 숨진 사고와 관련해 광주광역시에서 두 아들을 키우는 이모(39·여)씨는 18일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꼭 2년 전인 2016년 7월 역시 네 살이던 큰아들(현재 6세)이 유치원 통학 버스를 타고 등원했다가 8시간가량 버스에 방치되는 사고를 당했다. 아이는 지금도 의식 불명 상태다.

이씨는 해마다 끊이지 않는 폭염 속 통학 버스 갇힘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관계자들의 무관심과 부주의’라고 했다. 통학 버스 운전자, 인솔 교사, 원장 등이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볼 뿐 제 자식처럼 여기지 않아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인도 무더위에 에어컨을 끈 차량 내에 5분만 있어도 고통스러운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괴롭겠냐”며 “유치원·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조금만 세심하게 살핀다면 얼마든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이씨는 2년 전 사고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다. 해마다 더위가 시작되고 비슷한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괴롭다. 통학 버스 갇힘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막내아들(4)은 왕복 20분 거리인 어린이집에 걸어서 데려다준다. 이씨 가족의 삶도 무너졌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에 입원 중인 큰아들을 돌보고 있다. 생활은 사고 후 나오는 약간의 보험금 등으로 한다.

이씨는 유치원·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세심한 관심과 함께 통학 버스 갇힘 사고를 막을 장치 의무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통학차량 외부 상황을 볼 수 있는 블랙박스와 함께 내부에 방치된 아이들은 없는지, 학대행위는 없는지 유치원·어린이집에서는 물론 부모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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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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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 어린이집 통원차량 사고 원인도 이씨의 주장처럼 관계자들의 부주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어린이집 교사(24·여)와 운전기사(64)는 ‘어린이집 도착 후 버스에 탄 아이들이 다 내렸다’고 판단하고 차 안을 둘러보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53조(어린이 통학 버스 운전자 및 운영자 등의 의무)는 ‘어린이 통학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행을 마친 후 어린이나 영유아가 모두 하차하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 아동이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부검을 의뢰했다.

교육 당국은 2016년 7월 광주에서 일어난 유치원 통학 버스 사고 이후 “통학 차량 관련자(운영자·운전자·동승자 등)와 어린이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상 변화가 없는 상태다.

당시 교육부는 어린이 통학 버스 ‘운영자’와 ‘운전자’의 안전교육 이수만 의무화한 현행 도로교통법 개정을 관계 부처와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통학버스에 탑승하는 ‘인솔 교사’는 도로교통법상 안전교육 이수 의무가 없다. 아이들의 안전을 가장 신경 써야 할 인솔 교사가 교육 대상자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 등이 차량 뒷좌석에 경보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아직 계류 중이다. 어린이나 승객의 하차 여부는 우선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확인해야 할 사항이고 이 같은 장치를 장착하는 것이 국제 기준과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난주 한국소비자원 위해분석 팀장은 “차량 갇힘 사고를 대비, 아이들이 비상시 차량 앞쪽으로 이동해 경적을 울리게 하는 교육 등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와 동승자가 차에서 내리기 전 내부를 꼼꼼히 살피는 안전의식”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동두천=김호·최모란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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