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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함께 만드는 세상] “다름에 대한 공포 벗어나야 난민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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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 해결이 미래 문제 해결

비정부기구, 도덕성 점검해 재도약

중앙일보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서포터즈가 시리아 내전 7년을 맞아 덕수궁 앞에서 내전 중단 촉구 촛불 밝히기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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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63)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신임 이사장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부터 정부에서 일했다. 1978년 외교부가 그의 경력의 출발점이었다. 2015년엔 아시아인 최초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돼 1년 동안 활동하다 귀국했다.

장장 36년에 걸친 공직과 유엔(UN)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오준 이사장은 “이제 민간 아동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며 지난 2일부터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에서 기지개를 켰다. 올해 난민 아동 인권문제에 집중하는 한편 국제협력 비정부기구(NGO)의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다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사람은 다름에 공포를 느끼는 DNA를 갖고 있다”며 “누구나 쉽게 오갈 수 있을 정도로 세계는 좁아졌는데 우리의 DNA는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식적으로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며 “인류에 대한 공감대는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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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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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사장은 난민에 대한 차별과 냉대가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다인종 경험이 적은 한국 사회에서 난민에 대한 두려움이 한국인의 일자리와 치안, 종교적인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 이사장은 난민에 대한 인식전환의 실마리로 ‘계몽된 이기주의’를 들었다. 난민을 돕는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오 이사장은 “아프리카나 중동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난민을 돕는 것은 문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미리 막는 방법”이라며 “난민 아동 인권에 대한 지금의 판단과 정책이 미래 아이들이 겪을 문제를 막아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8년째 난민 아동 지원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에는 난민 아동의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난민 자녀는 출생등록을 할 수 없다. 본국의 분쟁이나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이들이 대부분이라 대사관에서도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워 기본적인 권리보장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가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는 계획이다.

NGO의 도덕성 문제도 오 이사장이 떠안은 숙제다. 지난 2월부터 해외 NGO에서 연이은 성추행·성폭행 파문이 일어났다. 국내에서도 미투 운동 이후 해외 자원봉사를 떠난 이들의 성폭행 등 폭로가 나와 논란이 됐다.

오 이사장은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내년 설립 100주년을 맞는 세이브더칠드런이 더 공신력 있고 투명한 단체로 재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시민사회 전반에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큰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NGO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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